[지금, 여기] 자립 이해 없는 자립지원 소용없다

기자 2022. 1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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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이라는 용어가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뀐 지 1년이 넘었다. 기존 용어가 다소 수동적인 표현이라는 지적과 보호종료청년, 보호종료청소년 등 비슷한 용어로 혼용되어온 점을 감안하여 새 용어로 바꾼 것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정부는 지난 6월22일부터 보호대상아동이 본인 의사에 따라 25세에 달할 때(만 24세)까지로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에 거주하는 보호대상아동 대부분이 18세가 되면 살던 곳을 나와야 하는 것이 자립에 어려움을 준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이다. 또한 정부는 보호대상아동의 가정위탁 보호 종료 또는 아동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시·도별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자립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구청에서 일하는 ‘아동보호전담요원’과 별개로 아동이 사는 시설(아직 공동생활가정에는 거의 없고, 주로 아동양육시설)에서 일하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이 있다. 아동보호전담요원과 자립지원전담요원은 모두 시설에서 퇴소한 아동에 대하여 이후 5년간 사례관리를 해야 하는데, 산술적으로만 보면 최대 30세 청년도 사례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집계된 전국의 보호대상아동은 약 2만4000명이었고, 통상 매년 보호종료되는 자립준비청년은 2500명 정도이다. 주목할 것은 자립준비 중인 청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적지 않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종료아동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종료 이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나 되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경제적 이유만큼이나 정서적 이유(가족관계 등)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용어를 바꿔도, 예산과 직책을 늘려도 제대로 자립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정책의 방향 때문이다. 정부는 ‘자립’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가정과 지역사회의 성인 구성원으로 자기 충족적이고 ‘상호 협력적’으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태. 이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진정한 자립은 역경을 딛고 극복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건강하게 작동될 때 가능하다.

홀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을 ‘진정한 어른’이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면, 세상의 많은 사람은 영원히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사실 자립과 의존은 반대 개념이 아니다. 가진 것이 많거나 적어도, 가족이 있거나 없어도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를 돌아보는 경험을 통해 사람은 온전한 자립상태로 나아간다.

자립준비청년의 자립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마음을 나누고 돕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자립의 기초로 작동하도록 자립지원 방향을 설계하지 않으면, 제도는 그저 숫자 중심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익숙한 시설에서 몇 년 더 살게 해주는 것, 매달 주는 지원금 액수를 조금 더 올려 지급하는 것, 낯선 누군가에 의한 생활 관리를 몇 년 더 늘려주는 것은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자립에는 경제적 자립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 사람을 지금까지 있게 한 정체성, 뿌리와 소속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기여 등은 자립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 18세 이후 시설이나 가정 어디에 살든 서로 연결되는 마음의 안정감으로 자립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관리하고 확인하며 돈을 조금 더 지급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인 도움이 될까.

정작 아동 지원 현장은 박봉과 과다업무, 비효율적인 업무중복으로 소진되는데도 기관이나 요원의 숫자를 늘렸다는 것에 자화자찬하는 자기만족은 소용없다. 자립준비청년은 수동적으로 받는 것에만 목마른 사람이 아니다. 숫자에 기반한 성과 평가에 앞서, 자립준비청년들의 꿈을 사회와 어떻게 관계로 연결할지가 정책에 더 깊이 투영되길 바란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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