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수험생에게 보내는 응원가
지난여름 화제였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 ‘피리 부는 사나이’ 편은 과도한 학습과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을 구한다는 어린이 해방군 사령관 방구뽕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빠의 해외 근무로 해외에서 3년간 체류했던 내 딸아이는 마침 그 에피소드를 외국에서 보고 귀국해 지난 9월 초등학교에 재입학했다.
학교 적응은 어렵지 않았는데 문제는 학원이었다. 영어, 수학 등의 학원을 다니지 않았던 아이는 학원과 숙제를 버거워했다. 아이는 “우영우를 외국에서 봤을 땐 그냥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다들 학원을 많이 다니고, 하루 종일 수업하는 곳도 많아”라고 했다. 힘들다고 하려다가도 친구들에 비해 학원을 적게 다니는 것을 알고는 스스로 투정을 멈췄다.
학원 입학설명회나 상담을 가보면 선행학습을 기준으로 볼 때 아이는 그간의 공백이 길어 많이 늦었고 갈 길이 멀었다. 선행학습의 부작용 및 효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우리 애만 안 하는 것도 염려스러웠다. 올바른 교육 가치관을 가지고 정도를 지키기엔 내가 지극히 평범한 엄마라 자신이 없었다.
이토록 선행을 강조하다 보니 아이들의 행복은 과중한 학습 부담에 밀려 유예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법으로 헤엄치며 무한한 가능성을 만끽해야 할 나이에 아이들은 무작정 나아가다 어느 순간부터는 규격에 맞춘 레인을 무한히 반복하며 기록만 단축하는 지치고 힘든 경쟁에 내몰렸다.
오는 목요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스타트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부디 아프지 말고 아무 탈 없이 최선을 다해 모두가 터치패드를 찍고 웃을 수 있기를. 그다음엔 획일화된 레인을 벗어나 큰 바다로 나아가 저마다의 꿈과 행복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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