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韓 민주당, 트럼프 배척한 美 선거에 주목하라
野, 트럼프 닮은 이재명 대표와 결별해야 차기 선거 승산 있다
일주일 가까이 개표가 진행 중인 미국의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이겼지만 진 선거’의 표본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소수당이었던 연방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압도적 승리(Red Wave)가 기대됐지만, 의석 절반을 겨우 넘는 신승(辛勝)이 예상된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네바다주 개표에서 12일 극적인 역전에 성공, 50석을 확보해 최소한 선거 전처럼 캐스팅보트를 통해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행정부의 실정(失政)에도 공화당이 고전한 가장 큰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꼽힌다.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상원은 물론 주지사 선거에서도 그가 ‘승인’한 후보들이 패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잇따라 나타났다. “트럼프가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상당수 지역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중도층과 MZ세대는 ‘2020년 대선 불복’을 외치고 각종 문제로 재판받게 되는 트럼프를 배척했다. ‘트럼프 키즈’가 크게 지지받지 못해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를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이 공화당에서 일고 있다. “공화당의 미래 사전에서 트럼프 일가를 퇴출시켜야 하는 게 명확해졌다”(애덤 킨징어 의원). “이제 트럼프는 백미러에 두고, 당과 괜찮은 후보와 함께 나가야 할 때다”(제프 덩컨 조지아주 부지사).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간선거 후, 트럼프가 2024년 대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최근 미국 정치에서 확인한 사실이 있다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나오면 민주당의 득표율이 치솟으리라는 점”이라고 했다. 트럼프 지지율도 하락세다. 미국의 한 선거 도박 사이트는 이번에 압승을 거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을 13% 상승한 37.9%로 예측했다. 트럼프가 될 확률은 19% 하락한 37.5%였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아웃’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곳은 한국의 민주당이 아닐까. 미국의 공화당과 한국의 민주당은 이념 성향이 정반대다. 그럼에도 양당은 중도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요 범죄 혐의자를 우두머리로 뒀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동안 국내외에서는 트럼프와 이 대표가 닮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선동적 포퓰리스트 기질에 말이 진실되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그가 “직설적으로 말해 한국의 트럼프로 불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트럼프와 똑같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직선적인 것은 사실인데 기왕이면 (미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와 비교해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대표에게는 자신처럼 재판정에 서게 될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지지를 얻어 차기 대선 후보로 다시 나서는 것만큼 좋은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재기(再起)를 거론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과 사법적 판단을 막아보려 했을 것이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 대해 가장 실망한 한국인이 이재명 대표”라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숱한 논란에도 한국의 진보를 대표하는 민주당이 우리 역사에 적지 않은 지분이 있으며 앞으로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선 때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고, 숱한 개인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있는 한 민주당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
미국의 공화당은 유권자들이 변한 것을 모르고 트럼프가 선거를 지휘하도록 함으로써 정치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놓쳐버렸다. 한국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이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2024년 총선, 2027년 대선에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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