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토끼젓’은 있어도 ‘창란젓’은 없다

엄민용 기자 2022. 11.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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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 다가왔다. 전국 곳곳에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도 벌어진다. 마음의 추위가 유난히 심할 것 같다는 올겨울, 맛깔스러운 김장김치가 많은 사람에게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 김장 하면 무엇보다 먼저 ‘젓갈’이 떠오른다. 젓갈은 보통 어패류를 이용해 담그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토끼·사슴·소 등의 육고기로도 담근다. 토해, 녹해, 탐해, 치해, 담해 등이 그것이다. 토해는 토끼고기, 녹해는 사슴고기, 탐해는 소의 어깨살, 치해는 꿩고기, 담해는 돼지고기나 노루고기로 담근 젓갈이다. 이 중 토해와 녹해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다.

또 담해는 한국고전용어사전이 “돼지나 노루 고기를 이용해 만든 젓갈”로 설명한 반면 표준국어대사전은 “쇠고기를 썰어 간장에 넣고 조린 반찬”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하지만 “포를 떠서 말리고 잘게 썬 고기를 누룩과 소금에 섞고, 항아리에 100일 동안 두면 만들어진다”는 구체적인 설명이 옛 문헌에 나오는 것을 보면 담해라는 젓갈도 있음이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문득 ‘돼지고기를 먹을 때 새우젓을 곁들이는데, 새우구이에 돼지고기 젓갈을 곁들이면 그 맛은 어떨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이 든다.

담해나 토해 등에서 보듯이 ‘해’가 붙는 음식은 젓갈을 뜻한다. 따라서 “가자미에 조밥과 고춧가루, 무채, 엿기름을 한데 버무려 삭힌 함경도 고유의 음식”은 ‘가자미식혜’가 아니라 ‘가자미식해’로 써야 한다. 가자미 외에 명태·오징어 등에 ‘식해’가 붙은 것은 젓갈류이고, 소리가 비슷한 ‘식혜’는 엿기름을 우려내 ‘달달한’ 맛이 나는 우리나라 전통의 음료다.

젓갈과 관련해 흔히 틀리는 말에는 ‘창란젓’도 있다. 명태의 알로 담그는 ‘명란(明卵)젓’이 눈에 익다 보니 ‘창란젓’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젓갈은 명태의 알이 아니라 창자로 만들므로 ‘알 란(卵)’ 자를 쓸 이유가 없다. 바른 표기는 ‘창난젓’이다. ‘창난’이 바로 명태의 창자다. 이 밖에 ‘멜젓’은 ‘멸치젓’, ‘황새기젓’은 ‘황석어젓’이 바른말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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