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대니 보이

기자 2022. 11.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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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이나 흐린 날에도 여기서 너를 기다린다/ 만약 네가 꽃이 시드는 것처럼 지고 만다면/ 나는 네가 누울 땅을 찾고 작별인사를 준비해야겠지.”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 가수 해리 벨라폰테가 부른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를 듣다가 눈물을 훔쳤다. 노랫말은 전쟁터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경을 담았지만, 자식을 앞세우고 몸부림치고 있을 이 땅의 부모들이 생각나서였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노동현장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그 어떤 노래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해리 벨라폰테의 목소리는 치유의 힘이 있다.

가수이자 배우, 인권운동으로 유명한 그는 1927년생으로 작고한 송해 선생과 같은 나이다.

1950년대부터 활동했지만 지금도 사랑받는 노래들이 많다. 명반으로 남은 1959년 카네기홀 공연실황 앨범 속에 수록된 ‘마틸다’와 ‘자메이카여 안녕’ 등은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노래다. 서유석의 ‘사모하는 마음’과 쉐그린의 ‘동물농장’의 원곡인 ‘당신을 사모해요(I Do Adore Her)’를 비롯하여 이대호 응원가로 유명한 ‘데이-오, 바나나보트 송’ 등도 그의 노래다. 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요 ‘하바 나길라’나 멕시코 민요 ‘쿠쿠로 쿠쿠 팔로마’도 그가 불러서 유명해졌다. 그리스 출신의 나나 무스쿠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미리암 마케바를 발굴하여 세계적인 가수 반열에 오르게 한 것도 해리 벨라폰테였다. 그는 존 바에즈, 밥 딜런 등과 함께 반전 평화운동에 헌신했고, 흑인과 소수민족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고 노래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추모를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많은 공연이 중단된 것은 유감이다. 음악이 추모하고, 치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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