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칼럼] 좋은 정부가 되기 위해 되돌아보기
관료적 조직문화에 ‘형식’ 그쳐
일하는 방식·인사 체계 등 변화
‘고객 중심’ 패러다임 바뀌어야
최근에 발생한 여러 사고는 그동안 행정 서비스 강국으로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디지털 시스템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자정부와 정부 혁신, 디지털정부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고자 달려왔지만, 지속되는 사고 현장의 소식을 접하면서 시스템 작동에 대한 반추를 거듭하게 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기존의 위계적 조직 문화를 혁신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기관과 대형 조직은 기존 관행이나 관습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업무 분장, 책임의 명확화 등 계층제를 통해 위험 요소를 줄이고자 만든 관료제 조직 구조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오히려 위험 부담을 줄 수 있다. 일하는 방식과 인사 체계의 변화가 요구된다.
일하는 방식과 인사관리 체계, 리더십 등 모든 분야에서 유연성과 적응성을 강조하는 애자일(기민, 민첩) 구조의 전환이 관심을 끌고 있다. 조직에서 상관은 지시자가 아닌 조율자로 조직 문화의 설계자로서 역할이 새롭게 제기된다. 구글,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등 급부상한 기업의 공통된 특성으로 기존 관료 조직에서 탈피하여 빠른 변화, 유동적 자원, 실행력에 초점을 맞춘 전략과 동기를 유발하는 리더십, 의사결정자와 실행자가 동일한 팀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디지털 전환기에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은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까? 규제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 영역과 시장 기능을 강조하는 민간 영역은 기능과 역할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공 서비스가 과감한 변화와 미래 고객에 대비하지 않으면 공공성의 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은 때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지만, 한편에서는 잘만 활용하면 인간의 편향성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는 해석도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능 정보화 사회에서 고객의 가치를 우선하는 공공 서비스의 재편이 시급하다. 고도화된 기술도 결국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초연결, 초지능, 초경쟁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많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문화 구축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 오랜 기간 축적된 조직 형태인 관료제를 하루아침에 무시하고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을 만드는 일이 능사는 아니다.
기존의 관리 시대를 넘어 디지털 전환기에 새로운 대체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 조직의 운영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기존의 표면적 협업 수준에서 적극적인 협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끌어올려야 한다. 공공 조직에서도 구성원의 역할과 규칙,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스스로 역할을 찾도록 개방적 시각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의 전환점에서 진정한 고객중심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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