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만난 한일정상 "강제동원 문제 속히 해결" 재차 공감
세부 이견은 아직 못 좁힌 듯… "北도발 대응 협력"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개월 만에 다시 마주했다. 두 정상은 한일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해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조속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정상회담에 임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약식' 회담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 즉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9월 회담 당시 양측이 지시했던 대로 "외교당국 간 협의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를 감안해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재차 합의했다.
일본 측은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올 들어 우리 대법원이 피해배상을 명령한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의 국내 자산 매각 및 현금화가 현실화될 기미를 보이자 우리 측 동향을 주시하며 당국 간 협의에도 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공청회 등을 열어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실은 이날 회담 결과와 관련해 "양국 간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가자고 했다"고만 전했을 뿐 '현안=강제동원 관련 문제'임을 명시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일 당국 간 협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좁혀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등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 매각 외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할 배상금 재원을 조성할 경우 해당 일본 기업들이 참여할지 여부와 피해자 측의 사과 요구에 일본 측이 호응할지 여부가 여전히 해법 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 과거사 문제 해결과 더불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기시다 내각 역시 양국관계 개선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최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 그 대응을 위해 한일 및 한미일 간에 긴밀히 협력해간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일 양측이 전했다.
북한은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것을 비롯해 전례 없이 높은 빈도로 무력도발을 감행해왔다. 현재는 제7차 핵실험 준비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정치적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그동안 관계당국 간 협의를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상황 등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책을 협의해온 상황. 여기엔 3국 간 군사훈련과 더불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 결의 추진,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한 각국의 독자 제재 부과 및 상호 연계방안 등 포함된다.
특히 한미일은 북한이 암호화폐 거래·탈취 등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해왔단 판단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기본 방향을 소개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일본 정부가 내년 봄 새로 발표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계획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 관련 분야 협력을 모색해가기로 했다.
양측은 한일 간 인적 교류 확대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으며, 정상 간 소통 또한 계속해가기로 했다. 앞으로도 정상회담을 이어가겠단 의미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15분 정도 길어진 약 45분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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