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경제 모두 한목소리…대북·대중 견제 노골화
미·일, 윤 ‘담대한 구상’ 지지 표명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 재확인”
한미일 공동 중국 무력사용 견제
우크라·공급망 확보 등도 공조
“3국 정상은 21세기의 도전은 한·미·일 간 보다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인식한다.”
한·미·일 3개국 정상은 13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만나 “공동의 가치를 따르고, 혁신을 동력으로 하며, 공동의 번영과 안보를 추구하는 한·미·일 3국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세 나라 정상이 회담 뒤 발표한 5320자 분량의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도 동시에 겨냥하며, 안보 외 영역에서도 포괄적이고 긴밀한 공조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핵실험 감행 시 단호한 대응 직면”
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설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3개국 정상들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 미사일 정보는 한·미가 실시간으로 공유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 북한 핵·미사일 정보협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따라 상호 요청으로 이뤄지는 방식을 취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천명한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의 석방을 지지했다. 3국 정상은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공동의 의지를 확인했다.
대중 포위망 강화 나선 한·미·일
이번 회담은 미-중 패권·전략 경쟁 와중에서 확실히 미국 쪽에 서겠다는 공개 선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나라 정상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등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강력 반대”를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3개국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서도 “자유, 인권, 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가 존중돼야 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남중국해는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항행 자유 강조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미·일이 중국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논리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친미-반중’의 태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난사/베트남-쯔엉사/필리핀-칼라얀) 군도의 세 암초를 중국이 불법적으로 인공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화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3개국 정상이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본과 함께 대만 문제에 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표현은 최근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대한 통일 의지를 거듭 피력한 가운데, 3개국이 함께 중국의 무력 사용을 견제하는 취지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세안 및 태평양도서국과의 협력에 있어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태평양 도서국 협력 구상(PBP·파트너스 인 더 블루 퍼시픽)에 공식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비피는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일본, 영국 등 5개국이 태평양 섬나라들에 영향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6월 출범한 기구다.
러시아 문제에도 공동 인식…경제 문제에도 연대
3개국 정상은 ‘경제안보대화체’ 신설에도 합의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역내와 전세계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기술 리더십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연대할 것”이라며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3개국 정상은 이와 관련해 “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연구개발 및 인력 개발에 관한 3국 각국의 이니셔티브 이행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앞으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3개국은 러시아에 대한 공동 인식도 드러냈다. 세 나라 정상은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전쟁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의지를 확인한다”고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일 협력이 강해질수록 반대급부로 북·중·러의 공조가 강해지고, 이는 한반도 주변의 냉전적 갈등 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준형 전 외교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미·일이라는 틀이 만들어지면 결국 북·중·러가 견고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미·일 네트워크를 강화해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게 미국으로서는 합리적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놈펜/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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