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당위성만 요구, 해결책 무관심…학습 능력 반영률 높여 ‘숨통’ 터야[학생 선수를 살리자]
학생 선수는 전문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다. 그래서 공부도 물론 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는 학습 당위성만 요구할 뿐 해결책에는 무관심하다.
정규수업에 운동부를 넣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착각하는 교육자도 많다. 학습 효과는 생활과 연관될 때 높아진다. 학생 선수들에게 학습에 대한 내적, 외적 동기를 교육계가 부여해야 한다.
■ 단기 체육특성화, 장기 맞춤형 수업
체육특성화과정은 체육 진로를 원하는 학생들을 한 개 반으로 묶어 운영하는 학급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특성화 학급 내신 성적은 학급 안에서만 집계된다. 서울 송곡고 유신 체육교사는 “학생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특성화 학급에 들어가면 학습 태도가 달라진다”며 “지금도 운동부를 운영하는 적잖은 고교들이 체육특성화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학생이 진로에 맞춰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하에서는 학급별 내신 산정이 불가능해 체육특성화 학급을 운영하는 의미가 약해진다. 경기 광문고 이현우 체육교사는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학생 선수 수업과정 운영을 의무화하도록 교육부 방침에 넣어야 한다”며 “진로에 맞춘 수준별, 맞춤형 학습만이 학습 반감을 줄이고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초·중 시절 학습 습관이 먼저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다. 중학교까지는 학생 선수도 학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수업을 소홀히 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이 교사는 “초·중 시절부터 학업 습관을 갖지 않으면 고교 정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학생 운동부를 학교에서 떼어내려 하고 있다. 정현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운동부를 학교에서 떼어내면 학습은 더 어려줘진다”며 “학생 운동부가 스포츠클럽으로 나올 경우, 학교와 클럽 모두 학습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클럽에서 운동하는 학생 선수 학습에 대한 관리 및 평가 지침을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정 연구위원은 “학생 선수들도 공부를 해야만 과학적 지도 역량을 갖춘 지도자가 되거나 다른 진로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학입시 요강 변경이 관건
출석허용일수 조정 등으로는 학생 선수 학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초·중 시절 철저한 기본 학습, 고교 맞춤형 수업이 필요하다. 대학이 입시요강에 학습 능력 반영률을 높이면 단번에 해결된다. 서울 배명고 천항욱 체육교사는 “대학이 최저학력제 하한을 높였다지만 실제는 웬만한 학생 선수라면 맞출 수 있다”며 “게다가 입시에서 실제 내신 반영률은 1~2%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허들을 낮추면 학생이 많이 몰린다. 대학은 부족한 신입생을 충당하고 체육대학 경쟁률도 높일 수 있다.
학습 시간 확보를 위해 대입에 경기실적이 반영되는 대회를 선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연구위원은 “대회가 너무 많으니 학생 선수들이 대회 출전에만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교육부와 문체부가 경기실적이 반영되는 권위 있는 대회를 추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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