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연쇄이동’ 올겨울엔 누가 불 댕기나
작년 나성범의 KIA행 굳어지자
NC 박건우·손아섭 동시 영입 나서
두 선수 노린 구단까지 ‘나비효과’
양의지 거취 따라 포수 시장 요동
다른 포지션도 첫 계약자가 관건
1년 전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1호 계약 선수는 포수 최재훈(한화)이었다. 최재훈은 원소속구단 한화와 5년 최대 54억원에 사인하며 2022시즌 FA 계약 상황판 첫 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FA 시장의 전체 판도를 움직인 선수는 나성범(KIA)이었다. ‘연쇄이동’의 출발점이었다. KIA의 나성범 영입 발표는 더디게 진행됐다. 그사이 나성범과 당시 원소속구단이던 NC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사실이 여러 통로로 알려지고 KIA행이 기정사실로 되며 발표도 하기 전에 전체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나성범을 잔류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NC가 외야수 보강에 바로 나섰다. 두산 박건우와 롯데 손아섭을 동시 영입한 배경이었다. 나성범을 보내며 박건우 영입에 6년 총액 100억원을 투자해 빠르게 움직인 NC의 영향으로 두산뿐 아니라 한화처럼 박건우 영입을 노리려던 구단들의 FA 전략도 흔들렸다. NC가 손아섭 영입에 나서면서는 외야 보강을 검토했던 SSG의 구상이 달라지기도 했다.
모든 결과에는 과정이 있고, 또 원인이 있다. 지난겨울에는 그 출발점에 나성범이 있었다. 비로소 막을 올리는 올겨울 FA 시장에서도 누군가는 나성범처럼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NC가 주목받는다. NC가 4년 만에 다시 FA 최대어가 된 포수 양의지와 재계약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의지가 잔류한다면, 양의지를 바라봤던 구단들은 대체 자원 확보를 위해 다른 포수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반대로 양의지가 떠난다면 지난해처럼 NC의 반격으로 전체 포수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양의지가 아닌 다른 포수가 시동을 걸 수도 있다. 이를테면 유강남(LG)과 박동원(KIA), 박세혁(두산)이 먼저 움직이면서 연쇄이동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다만 양의지, 유강남, 박세혁의 소속 에이전시(리코)가 같은 점은 변수다. 소속사의 큰 그림 속에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 시장 원리에 따른 탄력성만으로는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13일 공시된 2023시즌 FA 자격선수 40명 중에는 포수 외에도 구단별 힘의 균형을 흔들 다른 포지션의 자원이 더 있다. 1루수와 외야수로 뛰며 중심타선으로 활약하는 채은성(LG), 국가대표급 2루수 박민우(NC), 공수 모두에서 활용도 높은 내야수 노진혁(NC) 등 이적과 함께 구도에 영향을 줄 선수들이 나온다. 다른 포지션에서도 역시 관건은 첫 계약이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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