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여자 잡스’의 추락..테라노스 전 CEO, 15년 구형

김소정 기자 2022. 11. 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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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몇 방울로도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기를 발명했다며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엘리자베스 홈스(38)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가 검찰로부터 징역 15년형을 구형 받았다.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검찰은 12일(현지시각)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홈스는 야망에 눈이 멀었고 현실을 왜곡해 사람들을 위험한 길에 빠트렸다”며 180개월 징역형과 8억 달러(약 1조원) 배상금 지급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18일로 예정된 최종 선고에서 홈스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스탠퍼드대 화학과 재학생 시절이던 2003년 실리콘밸리에 건강 관련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이듬해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사업에 몰두했다. 2012년 홈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로 200개가 넘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기인 일명 ‘에디슨 키트’를 발표했다. 미국 의학계는 물론이고 벤처 업계는 열광했다.

특히 홈스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목티를 즐겨 입고, 잡스의 말투를 흉내내며 ‘여자 잡스’로 불렸다.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등 거물들이 테라노스에 투자했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저명 인사들을 이사로 영입했다. 2013년에는 미국 최대 약국 체인 월그린이 테라노스와 계약을 맺고 40여개 매장에서 에디슨을 이용한 혈액 검진을 했다. 2015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홈스. /조선DB

홈스는 화려한 언변으로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9억45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15년 10월 홈스가 선전한 테라노스의 기술은 대부분 거짓이라는 테라노스의 전 직원들의 증언을 보도한 것이다. 에디슨이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대략 15가지이고 나머지 질병들은 에디슨이 아닌 기존의 기계들을 통해 진단했다는 내용이었다.

홈스의 주장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한때 90억달러(약 10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던 테라노스 기업 가치는 ‘0′으로 곤두박칠 쳤다.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졌고, 테라노스는 결국 청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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