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의심치 않았기에 더 쓰라린 탈락…잔인하게 끝난 ‘엄원상의 꿈’

윤은용 기자 2022. 11. 13. 22: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빠른 발로 울산 우승 이끌고도
베스트11 제외 등 개인수상 ‘0’
기대 모았던 월드컵 출전마저
나상호·송민규에 밀려 ‘좌절’

최고의 시즌을 보낸 엄원상(23·울산·사진)이 결국 완전한 ‘무관’으로 2022년을 마무리한다.

엄원상은 지난 12일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28일부터 파주 NFC에서 소집 훈련해왔던 엄원상은 짐을 쌌다.

벤투 감독은 6월 A매치 때 엄원상을 발탁한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불러 기량을 점검했다. 국내파들 중에서는 마땅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아 한때는 최종 엔트리 합류가 당연한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엄원상은 제외됐고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송민규(전북)가 극적으로 승선했다.

벤투 감독은 최종 엔트리 발표 뒤 엄원상의 탈락에 대해 “윙어는 4명을 선발하려고 생각했다. 그중 2명은 다른 포지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최종 엔트리에서 윙어는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프턴), 나상호(서울), 송민규까지 4명이다.

엄원상의 최대 장점은 빠른 스피드다. 이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 뒷공간을 무너뜨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버티고 있어 엄원상이 주전 경쟁을 하기는 어렵지만, 후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투입돼 상대를 휘저을 ‘조커’ 역할을 맡기기에는 충분하다.

그런데 이는 역시나 빠른 스피드를 보유한 나상호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플레이가 측면에 집중되는 엄원상과 달리 나상호는 측면은 물론 경우에 따라 중앙까지도 움직인다. 공격 루트가 엄원상에 비해 다양하다. 리그 활약상이 그리 돋보이지 못했음에도 벤투 감독이 나상호를 중용했던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으로 발탁된 송민규는 윙어치고는 스피드가 느린 편이지만 볼키핑 능력이 준수하고 연계능력에도 일가견이 있다. 179㎝로 크지 않은 키에도 공중볼 다툼 역시 능하다. 빌드업 축구를 강조하는 벤투 감독은 기본적으로 볼키핑이 되는 선수를 선호한다. 이 부분에서 송민규가 우위를 점했다. 경우에 따라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볼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엄원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광주FC를 떠나 울산 현대로 이적했다.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이동경(한자 로스토크), 오세훈(시미즈 에스펄스) 등 공격수들이 대거 이탈한 울산에서 엄원상은 리그 33경기에 출전해 12골·6도움을 올렸다. 눈부신 활약으로 울산이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시즌 뒤 시상식에서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울산에서는 구단마다 1명씩 추천할 수 있는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주장 이청용을 후보로 내세웠다. 엄원상은 심지어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모든 희망을 걸었지만 가장 중요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다는 벤투 감독의 선택마저 받지 못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