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쏟아져도 “아직 비싸”…‘살 집’ 알아보던 절반이 매수 포기

송진식 기자 2022. 11. 13. 22: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토연구원 ‘도시가구 부동산 활동조사’ 결과 공개
세금 부담돼 매도하는 사례 줄고
경기 위축 우려 ‘투자용 처분’ 늘어
거주용 매수 올 상반기 38.2%뿐

올들어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 비중이 줄어들고,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급매물’의 비중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가격이 너무 높다고 인식한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매를 미루고, 향후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에 집주인들은 서둘러 매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부동산 매매 거래 및 임대차 거래 등을 주도하고 있는 연령대는 30~40대인 것으로 분석됐다.

■30~40대, 아파트 거주자 등 활동 ‘활발’

13일 국토연구원은 서울·경기지역의 부동산 탐색·거래 활동 및 시장 인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도시가구 부동산 활동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현행 부동산 지표는 대부분 실거래가 내역이나 매매 거래량을 중심으로 조사 및 제공되고 있다. 이 같은 지표들은 부동산의 ‘가격’ 현황과 추이를 살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부동산 거래에 나서는 동기나 원인, 시장 상황에 대한 매도·매수인들의 인식 등에 대한 정보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이번 조사는 가격 측면을 넘어 ‘부동산 거래 활동’ 자체에 집중한 것이다. 조사가 서울·경기 지역으로 한정됐다는 단점은 있지만 거래가 가장 많고 활발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살펴볼 보조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국토연의 분석이다. 조사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올 상반기 등 세 차례에 걸쳐 서울·경기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했거나 거래를 하기 위해 알아본 경험(탐색경험)이 있는 시민 1000~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300곳도 선별해 조사했다.

응답자들에 대한 기초조사 결과를 보면 세 차례 조사에서 응답자의 67~70%가량은 아파트에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빌라 거주자 비율은 25~28% 수준이었다. 통계청이 올 7월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아파트 거주 비율은 51.9%로 절반을 약간 넘는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연립·빌라 거주자들보다 부동산 거래 및 탐색에 더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응답자들의 58~61%는 자가 거주자였다. 비자가 거주자의 경우 전세 거주자 비중이 24~28%대로 월세 비중(12~14%대)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비중이 28~33%대로 가장 높았고, 30대(21~24%)가 뒤를 이었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500만원 이상’이 절반가량(45~51%)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은 ‘거주 주택 외 보유 주택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유 자산 규모는 ‘9억원 이상’이라는 응답자(24~29%)가 세 차례 조사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5억~9억원 미만’이 19~20%대로 뒤를 이었다. 종합하면 부동산 거래·탐색에 나서는 계층은 일정 수준의 자산과 월소득을 보유한 가구이고, 30~40대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중개된 매물의 경우 아파트 비중이 56~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거래 가격은‘6억원 미만’이 45~49%로 절반가량이었다.

■‘거주 목적’ 활동 줄고 급매물은 ‘급증’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매물을 탐색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매수거래를 체결한 응답자는 지난해 상반기 61.2%였지만 하반기엔 56.3%로 줄었고, 올 상반기엔 47.9%로 더 줄었다. 지난해에는 10명 중 6명이 집을 알아보다 집을 샀지만 올해는 10명 중 5명 이상이 집을 알아보다 매수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김지혜 국토연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매물을 탐색 중인 응답자 비중은 작년과 올해 여전히 70%대를 기록 중”이라며 “그럼에도 탐색한 매물을 거래하지 않은 이유는 매매 및 전·월세 거래 모두 가격이 높아 수요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수거래의 목적에서 실거주 사유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매수 사유에서 ‘거주 목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3.5%에서 하반기 42.1%, 올 상반기 38.2%로 계속 줄고 있다. ‘투자 목적’의 매수 비중은 작년 상반기(29.2%)나 올 상반기(29.5%)나 큰 변화가 없다. 이에 반해 ‘투자 목적 및 거주 목적 반반’은 같은 기간 17.3%에서 32.4%로 늘었다. 전반적으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주택 매도의 경우 ‘세금 등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한 매도 비중은 작년 상반기 43.7%에서 올 상반기 23.7%로 줄었다. ‘타 투자처 모색’ 사유는 10.3%에서 19.3%로 늘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세 감면에 나서면서 세금이 부담돼 매도하는 사례는 줄어든 반면 부동산 경기 하강 등을 우려해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1년 만에 실거래가를 인식하는 흐름이 반대로 뒤집혔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실거래가 상승’이라고 인식한 응답자 비중이 82.3%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엔 19.3%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실거래가 감소’ 인식 비중은 3.7%에서 51.0%로 늘었다.

실거래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집주인들은 서둘러 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매매거래의 급매물 비중은 6.7%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엔 53.0%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월세 거래 역시 같은 기간 급매물 비중이 7.0%에서 32.3%로 확대됐다. 전·월세보단 매매거래에서 급매물 확대폭이 더 크다.

매도에 나선 응답자들 중 ‘매도 여건이 좋지 않다’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2.4%에서 올 상반기 56.0%로 증가했다. ‘매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67.4%에서 69.2%로 상승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매수 측면에서 보면 2021년 상반기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았고, 이후 금리 및 시장 상황이 악화돼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매수 시기가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매도 측면에서는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도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