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서울 도로침수 106건, 낙엽이 하수구 막았다

김윤주 기자 2022. 11. 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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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내린 비로 경기 고양시 탄현동 일대의 도로가 물에 잠겼다. 오후 7시쯤부터 내린 비가 배수로를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넘치면서 흙탕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당시 이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16㎜의 비가 내렸다. 일산서구청은 오후 8시 30분쯤 신고 전화를 받은 뒤에야 직원 15명을 투입해 배수로를 덮은 낙엽을 걷어내는 등 청소에 나섰다.

폭우가 쏟아지며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인천에서 낙엽이 도로 옆 배수로를 막아 침수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 12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12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도로 등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150건가량 119에 들어왔다. 사진은 이날 침수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역 인근 도로 모습./연합뉴스

지난 주말(12일) 밤사이 내린 가을비로 수도권 도로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13일 서울종합방재센터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아침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접수된 비 피해 신고는 총 1500건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가을비가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진 데다 낙엽이 빗물받이 등 배수로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내린 비는 서울이 57.9㎜, 경기 수원이 34.7㎜, 인천이 47.7㎜로 강수량 자체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가 2~3시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13일 오전 서울 종각역 인근 배수로가 낙엽으로 일부 막혀있다.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린 지난 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일부 도로와 인도에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신고가 여러 건 들어왔다. 짧은 시간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린데다 낙엽이 하수구를 막아 배수가 원활하지 않았던 탓이다./연합뉴스

예년보다 늦게 떨어진 낙엽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낙엽으로 인한 도로 침수 신고만 서울에서 106건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통 11월이면 낙엽이 떨어져 없는데 올해는 낙엽이 나무에 붙어 있는 곳이 많았다”며 “배수로 청소를 미리 해두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활엽수의 낙엽 시기는 2001년 11월 상순에서 2020년 11월 하순으로 20년 새 15일 정도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지난 8월 집중호우와 지난달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겪고도 지방자치단체들의 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에 사는 이모(62)씨는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고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주민 신고를 받고야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이 넘치는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막대기나 빗자루를 들고 나와 빗물받이 청소를 하기도 했다.

정부와 서울시도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오후 9시쯤 “저지대, 지하 주택지와 낙엽으로 인한 배수 막힘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위험 상황이 발생하기 전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오후 9시 20분쯤 ‘호우와 낙엽으로 인한 배수 불량 등 도로 노면수가 유입되고 있으니 침수 및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준비한 지자체도 있었다. 지난 8월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동작구는 11일부터 빗물받이 1000여 개를 점검했다. 영등포구청 직원들은 12일 오후 8시 40분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가 침수 피해에 대비했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제 늦가을 비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여름과 달리 가을은 낙엽이 매일 쌓여 배수구가 막히기 쉬운 게 문제”라며 “일시적인 비에도 쉽게 도로가 침수될 수 있어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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