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율현초 두고 싸우는 학부모들…왜?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
교육부가 학교 신설 거부
입주자들 “가까운 율현초로”
‘혁신학교’ 율현초 학부모들
“이미 과밀…더는 안 돼” 반대
20일 넘게 교육지청 앞 대립
지난 1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앞에서 검은 옷을 입은 30여명이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로 집회 19일째에 접어든 서울 율현초등학교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우리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의 과밀은 방관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율현초 맞은편 LH수서역세권A3 신혼희망타운(신희타) 입주예정자의 자녀들이 율현초로 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바로 옆, 수서역세권A3블록 신희타 입주예정자들도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교육지원청 관계자에게 신희타 아이들이 율현초에 입학할 경우 일시적 과밀이 있을 수는 있으나 3~4년 이내에 과밀해소가 가능하고, 율현초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신희타는 내년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신희타 단지 내에 신축될 계획이었던 초등학교 건립이 교육부 반대로 무산되면서, 율현초에 자녀를 보내려는 신희타 입주예정자와 어떻게 해서든 과밀을 막으려는 율현초 학부모들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 교육당국이 신속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서 학부모들끼리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9년 12월 ‘수서역세권 A3블록 신혼희망타운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을 당시 신희타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해당 부지 내 초등학교 신축을 불허했다. LH는 초등학교 부지를 놔둔 채 597가구 규모의 신혼희망타운을 지었다.
신희타 입주예정자들은 단지 내 초등학교 설립계획이 무산된 대신 근거리에 있는 율현초로 배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신희타 인근에는 총 3개 초등학교가 있다.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율현초등학교와 850m 떨어진 자곡초등학교, 1.8㎞ 떨어진 수서초등학교다. 자곡초는 수서초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깝지만 횡단보도를 5개나 건너야 한다.
율현초 학부모들은 대안으로 ‘수서초 셔틀통학’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서초는 특수학급 2학급을 포함해도 전 학년 총 14학급에 불과해 신희타 아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희타에서 수서초까지는 도보로 성인기준 30분 이상 소요돼 근거리 배정 원칙에 어긋난다.
신희타 학생들의 입학을 반대하는 율현초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율현초는 강남에서는 보기 어려운 혁신학교다. 혁신학교는 학급당 최대 25명까지 수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미 주변 주택지 개발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기존 목공실, 영어실 등 특별실과 복도공간까지 일반교실로 전환해 학급당 학생 수 24.9명(2022년 기준)을 맞춰놓은 상태다. 당초 전교생 750명을 예상하고 지었던 학교건물에 지난 10월 기준 932명이 재학 중이다.
신희타 A3블록 입주자 중 초등학교 진학대상 학생 수는 236명이다. 일부는 2023년 6월에, 일부는 2024년 이후에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현재 교육당국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통상 학교예산 및 인력배치 등은 전년도 11월부터 확정짓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023년도 예산 및 교사인력배치 등은 2022년 12월 이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신희타 내 초등(이음)학교 건립을 의뢰했으나 교육부는 ‘학교설립 수용 없음’ 단 한 문장만 내려보냈다”면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거부하면 지원청은 유치할 권한이 없다. 우리가 짓지 않으려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달 중 신희타 입주예정자 자녀들의 배치학교를 정하는 통학구역조정위원회가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개최된다. 통학구역 지정은 교육장의 권한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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