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 해양권익 주장 반대" 대중메시지 선명해진 3국 정상성명
"경제강압 함께 대항"…韓, 美주도 태평양도서국 협력체도 정식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미일 3국이 13일(현지시간) 북한 문제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서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담은 정상 차원의 첫 공동성명을 내놨다.
남중국해 문제나 이른바 '경제강압'에 대한 비교적 선명한 언급을 포함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구도 곳곳에 들어갔다.
3국 정상이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성명은 서문에 이어 ▲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 ▲ 확대되는 역내 파트너십 ▲ 경제적 번영, 기술 선도 및 기후위기 대응 등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됐다.
북핵 문제에는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 소제목 아래 일부분이 할애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태 수역에서의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 아세안 및 태평양도서국과의 협력, 경제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회동에서 채택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이 북한 및 북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3국 정상 간 포괄적인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한미일 3국이 북한의 위협 대응을 넘어 역내에서 훨씬 광범위한 기능을 하는 협력 틀로 바뀌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발표되는 3국 외교장관의 공동성명도 북핵 문제에는 일부만 할애하고 역내, 글로벌 차원의 상당히 폭넓은 이슈를 담는 추세인데 정상성명에까지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한미일 3국의 연대를 강화해 역내의 다양한 도전에 함께 대응함으로써 인태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자체적 인태전략을 발표한 이후 한미일 3국의 인태전략이 한층 더 가까이 수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중국 견제 의도가 있는 인태전략을 발표해 시행해온 반면 한국 정부는 프놈펜에서 지난 11일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인태전략 원칙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미일 협력에서 원하는 우선순위는 인태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고 그 안에 북한 견제도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꾸준히 인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해왔고 이번에 (공동성명으로) 수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명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3국 정상이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통한 것을 포함하여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한 대목이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의 7개 암초를 매립해 군사 요새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남중국해와 관련해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며 중국의 행태를 비교적 분명히 지적하는 발언을 내놨다.
경제안보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3국이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항하고,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차관 공여 관행을 한목소리로 지지할 것"이라고 한 부분이다.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차관 공여 관행'을 언급한 데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가 차관을 무기로 중국에 종속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시각이 반영됐을 수 있다.
3국은 핵심 및 신흥 기술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며, 핵심광물의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자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경제안보에 대한 3국 정부 간 대화'를 신설해 이 문제에 대한 조율을 더욱 긴밀히 하기로 했다.
미국이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중국의 공략을 견제하기 위해 주도해온 '푸른 태평양 동반자(Partners in the Blue Pacific·PBP)' 협력체에 한국이 동참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담겼다.
한국은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PBP 장관회의에는 '옵서버'로 참여했다. 이번 한미일 회담을 계기로 공식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최근 발표한 우리 인태전략에 따라 태평양도서국과의 호혜적 협력 강화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어떤 국가 및 협의체든 이런 목표에 함께 기여할 수 있다면 협력에 열려 있다는 일관된 입장에 따라 PBP에 정식 참여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이런 움직임을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 주목된다.
다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지역 질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미국, 일본이 사용하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등의 표현을 함께하면서도 이것이 특정국가 견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칙론적 입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성명 서문에는 "3국 정상은 자유롭고 개방되고,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으며,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우리 공동의 노력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미국, 일본이 사용해온 수사다. 반면 '포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한국 인태전략의 3대 협력원칙 중 하나다.
박원곤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규범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는 큰 원칙 하에 있지만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로 미·일에 합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지를 남겨놨다고 본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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