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가 맨처음 점령했던 헤르손... 우크라 8개월만에 탈환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침략 이후 8개월여 만에 남부 전선의 요충지 헤르손시(市)를 탈환했다. 헤르손은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처음 점령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이자, 유일한 주도(州都)였다. 우크라이나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드니프로강 서안에 위치, 크림반도~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군 후방을 지키는 역할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2일(현지 시각) “헤르손시에 우리 군이 진입했으며, 헤르손주 일부 지역에서 드니프로강 서안(西岸)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헤르손 시민 수천 명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시내로 진입하는 우크라이나군을 반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철수 전 통신·수도·난방·전기 등 기반 시설을 모두 파괴했지만, 곧 극복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전쟁 발발 이후 수도 키이우 수성, 제2 도시 하르키우 수복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거둔 최대 전과”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11일 “지난 9일 시작한 헤르손 철수 작전이 이날 새벽 5시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며 “총 3만여 명의 병력과 5000여 점의 무기 및 장비가 드니프로강 동안(東岸)의 예정된 위치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상당수 장비와 보급품을 헤르손 인근에 두고 황급히 떠났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철수 과정에서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모두 끊었다. ISW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니프로강 너머) 추가 진격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군경은 헤르손의 러시아군 잔당 소탕 및 전쟁 범죄 증거 수집, 부역자 색출 등에 착수했다. 세르히 클란 헤르손 주정부 부수반은 “수천 명의 러시아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흩어져 있다”며 “우리 군이 소탕 작전을 벌이는 동안 시민들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도 “다량의 지뢰와 폭발물이 곳곳에 매설되어 있어 이들을 모두 제거한 이후에나 다시 전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드니프로강 동안에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 중이다. 강에서 크림반도까지는 100㎞ 정도다. 더 밀리면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군 고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의 사정권(85㎞ 내외)에 든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내 강경파들이 헤르손 함락에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헤르손은 9월 말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합병 선언을 한 4곳 중 하나다. 세르게이 마르코프 러시아 정치학연구소 소장은 “다른 점령지 주민들의 동요가 심해지고 통제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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