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들 “구조적 원인 똑같아…서로 힘이 됐으면”[왜 또 참사인가]

이혜리·김희진·전지현·김송이 기자 2022. 11. 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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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잘못 없어” 2차 가해 비판…심리치료 등 지원 요구도

과거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보는 이태원 참사는 또 다르다. 참사 유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이겨내기도 전에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인 김선애씨(42)는 지난 3일 통화에서 “피해자들은 절대 잘못이 없다”며 “유가족들이 서로 많이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0년 4월29일 경기 이천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씨는 당시 현장에서 배관 수리 일을 했던 아버지를 잃었다. 처음에는 충격이 먼저 왔다. 한 달 정도 멍하게 있었다. 각기 다른 곳에 거주하던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이천시에서 설치한 분향소에 모였다.

이천 참사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배경에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화재에 대비한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안전관리자는 없었으며, 대피로는 폐쇄돼 있었다. 김씨는 ‘다시는 이런 참사로 인해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잘못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가족들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달라’며 공사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의 임직원 처벌을 호소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김씨는 “정부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사고라고 하지만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인파가 모이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고, 112신고가 있어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김씨는 “(두 참사는 모두) 불의하고 나태한 구조로 인해 발생한, 이미 예견돼 있던 사건”이라며 “시작부터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대체 언제쯤 안전 문제를 제대로 알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저희(이천 참사 유가족)가 다른 큰일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슬픔의 띠로 같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서로 힘이 많이 되어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분향소에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있다가 집에 홀로 돌아온 뒤 힘들어하던 일을 떠올리며 “분향소에 모여 있던 게 큰 힘이었는가 보다고 생각했다”며 “유가족분들이 서로 힘이 될 수 있게 조금씩이라도 모이셨으면 좋겠다. 혼자 있으면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은 절대 잘못이 없다”며 일각의 2차 가해를 비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놀고 싶은 것은 본인 자유이지, 참사와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며 “유가족들이 경황이 없을 테니 필요한 생활물품이나 심리치료 등 물질적·정신적 지원이 꼭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김희진·전지현·김송이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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