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커피중독 이 정도였나…카페가 중국집 3배

김정환, 진영화 2022. 11. 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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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1000곳 돌파해 사상 최대
2만7000곳 그친 중식당 압도
한국 커피소비, 세계 평균 3배
서울시 중구의 거리에 커피점문점들이 영업을 하고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 11일 서울 중구 무교동 사거리. 이면도로 반경 50m 이내 몰려있는 커피전문점은 10곳에 달했다. 지난해만 해도 8곳이었지만 유동인구 많은 사무실 상권을 노린 프랜차이즈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가 잇따라 진입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직장인 이경미씨는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졌지만 점심은 김밥으로 때워도 식후 커피는 꼭 챙겨 마신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서 아예 일주일에 한번씩 팀 회의를 카페 회의실에서 한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부쩍 커진 외식물가 부담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커피 소비가 급증하는 등 내수 경제 한축인 외식업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13일 매일경제가 국세청 사업자 통계를 통해 외식 사업체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8월 기준 전국 커피음료점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한 9만1845곳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커피음료점은 제과점(9.6%), 일식당(7.6%), 중식당(5.6%) 등 자영업자들이 빈번하게 창업하는 먹거리 관련 19개 업종 가운데 사업체가 늘어나는 속도가 가장 빨랐다. 반면 혼자서 가볍게 식사하거나 반주를 걸치던 구내식당(-5.6%), 간이주점(-6.0%)은 줄고 있다.

전국 카페는 국세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만 해도 4만4305곳에 그쳤지만 최근 6년간 연 평균 12.9%씩 늘며 역대 처음으로 9만1000곳을 돌파했다. 창업이 급속도로 늘며 전국 카페 는 대표적인 대중 음식점인 중식당(2만7663곳) 보다도 3.3배 더 많아졌다.

한 중견 유통업계 관계자는 “2년 전 코로나19 사태 이후 테이크아웃 커피 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국민들의 비대면 사회 활동이 늘며 커피 소비가 더 늘었다”며 “프랜차이즈 가게 위주로 창업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커피 수입액은 나날히 증가세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커피 수입금액은 9억6638만달러(1조3000억원)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로 올라서 지난해 연간 수입액(9억1648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1~9월 수입량도 15만2253t로 올 연말에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18만9502t)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 커피점문점 옆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최근 커피음료점 창업 현황을 분석하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고온 다습한 환경을 활용해 열대 작물인 커피 재배를 늘리는 전라남도(3605곳) 창업율이 1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전남은 커피 재배면적(4.4㏊)이 전국의 40%선에 달해 국내 대표 산지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헤이즐넛 등 고소득 커피 생산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입 커피의 경우 생산에서 소비까지 8개월 이상 걸리는 반면 전남 커피는 산지에서 직접 로스팅한 고품질 커피가 나오며 커피음료점도 따라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17.5%), 부산(17.3%), 세종(17.2%) 등 수도권에서 지역 거점 도시로 공급이 확대되는 흐름 역시 뚜렷했다. 반면 전국 카페 18%가 몰려있는 서울은 창업 증가율이 12%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인구 백만명당 커피숍 수로 환산해도 지방 창업이 늘어나는 흐름이 드러난다. 제주가 백만명당 커피숍이 3009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2296곳), 강원(2164곳), 대전(2135곳), 전북(1990곳), 전남(1976곳) 등이 전국 평균(1781곳)을 훌쩍 넘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커피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봤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커피는 다른 사람들과 사교 생활을 하며 소비되는 특수성이 큰 재화로 포스트코로나 국면에 소비와 공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 커피 소비는 ‘수준급’이다. 한국의 근로 환경과 경쟁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한데다 도심에서 일하는 직장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2018년 기준)으로 세계 평균(132잔)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가 늘며 시장도 세분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2008년 전후로 테라로사, 커피 리브레, 나무사이로 등 상위 7% 고급 원두로 만든 제품(스페셜티 커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늘며 시장이 다양화됐다.

이후 커피 시장 성장세를 눈여겨 본 해외 커피 브랜드들이 국내로 진출하면서 경쟁이 거세졌다. 블루보틀(미국)이나 보난자커피(독일), 에이프릴 커피(덴마크) 등이 대표적이다.

컴포즈커피(1840개), 빽다방(1100개) , 더벤티(1000개) 등 저가 커피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며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선 편의점 업계가 일제히 커피 품질 개선에 나서면서 커피 경쟁이 한층 가열됐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커피는 일단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상품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자물쇠 효과’(lock-in)가 큰 상품”이라며 “가격이 오르거나 소득이 줄어든다고 소비 행태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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