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정식으로` 마주한 한일정상…관계 개선 속도낼 듯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로도 온탕과 냉탕을 오가던 한일관계에 본격적인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식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45분간 이어졌다.
회담 시작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한국에서 발생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애도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2명의 일본인 희생자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
양 정상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 행위로써 강력히 규탄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지난 11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했고, 기시다 총리는 일본도 내년 봄까지 새로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상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환영을 표하면서, 포용적이고 복원력 있으며 안전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추구하기 위해 연대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정상은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며 "최근 양국 인적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환영하고, 양국 국민간 인적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이 앞으로도 정상간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하면서 한일관계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만남은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일 약식 정상회담을 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당시 한일 정상들이 2년9개월 만에 마주 앉은 자리였던 터라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30분도 채 되지 않는 약식회담에 그쳤을 뿐 아니라 우리 측이 '약식 회담'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비해 일본 측에서는 '간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의미가 퇴색됐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현지에서 기시다 총리가 있던 건물에 찾아가는 식으로 회담이 이뤄져 저자세 외교 논란도 불거졌다.
한일 정상들이 정식으로 회담을 한 것은 3년만의 일이다.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상회담이 마지막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어그러진 것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을 물도록 하는 판결을 내놓은 이후다. 일본은 보복조치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대상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반발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했다. 현재는 조건부 종료유예 상태다.
한일 간의 냉랭한 기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급변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경색된 한일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첫 만남에서는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거사'보다 '세일즈 외교'로의 전환을 꾀했다.
특히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등 무력도발이 한일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지난 3일 등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일본은 일부 지역에 피난 경보를 발령할 정도로 화들짝 놀랐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일본 측의 요청으로 양국 정상이 25분간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일본이 한일 간의 협력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북한 도발이 보다 빈번해지고 보다 긴장을 고조시키게 전개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한일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해 한일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이번 정식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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