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돌봄, 전교생 국외연수” 폐교 위기 땅끝 초등학교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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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향심, 애교심이 모여 학교를 지켜내고 개교 100주년 행사도 잘 치러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북일초등학교 제39회 졸업생 임종철(72) 동문회장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13일 열린 행사장에 앉아 있었다.
1922년 전남 해남군 북일면에서 문을 연 북일초는 1년여 전만 해도 학생수가 적은 탓에 통폐합될 처지였으나 지역주민과 동문, 학생, 학부모의 노력으로 재학생이 늘며 개교 100주년 행사를 무난히 치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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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귀농 지원·일자리 제공까지 ‘한마음’
“애향심, 애교심이 모여 학교를 지켜내고 개교 100주년 행사도 잘 치러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북일초등학교 제39회 졸업생 임종철(72) 동문회장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13일 열린 행사장에 앉아 있었다. 1922년 전남 해남군 북일면에서 문을 연 북일초는 1년여 전만 해도 학생수가 적은 탓에 통폐합될 처지였으나 지역주민과 동문, 학생, 학부모의 노력으로 재학생이 늘며 개교 100주년 행사를 무난히 치렀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북일초의 옛 모습을 향수에 젖어 귀띔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생수가 1000명에 이르렀어요. 땅끝 해남에서 가장 큰 초등학교였죠.”
북일초의 위기는 2010년대 후반 무렵 찾아왔다. 해남 지역 출생률이 떨어지며 입학생이 줄었고 그나마 있던 학생들은 도시로 빠져나갔다. 2019년엔 학생 수가 고작 18명에 그쳤다.
동문회가 발 벗고 나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정원 20명 채워야 폐교는 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임시방편으로 할머니 4명을 1학년에 입학시켰죠.”
그 후에도 학생 수는 그다지 늘지 않았다. ‘할머니 입학’ 두해 뒤인 2021년 봄학기 때 1학년은 3명, 2학년 1명, 3학년 4명(할머니), 4학년 2명(교직원 자녀), 5학년 3명, 6학년 12명 등 25명에 그쳤다. 북일초와 한 울타리를 쓰는 두륜중학교도 학생이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2022학년도 입학 대상 학생이 2명 있었지만 학부모들은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며 북일초에 입학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짜 폐교 위기에 처한 셈이다.
“4학년 자녀를 둔 교직원이 전근을 가고 6학년이 모두 졸업하면 2022년엔 학생수가 10명까지 줄고, 2024년엔 100회 졸업생이 없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동문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더라고요.”
지난해 4월 출범한 북일면주민자치회(자치회)는 북일초 재건(?)에 큰 힘이 됐다. 자치회는 첫 사업으로 북일초·두륜중 살리기를 삼았다. 자치회 출범 3개월 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전입 학부모에겐 빈집 등 거주지를 무상 제공하고 일자리를 소개해주기로 했다. 재학생에겐 국외연수와 장학금, 방과후 온종일 무료 돌봄 등의 서비스를 마련했다. 동문들은 후원금 4억5천만원을 선뜻 내놨다.
희망의 조짐이 일었다. 전국에서 입학 문의가 230여건 들어오더니 서울·경기·강원·충청 등에서 22가구가 지난해 12월 이곳으로 이사왔다. 그 덕에 북일초 학생 수는 54명(할머니 학생 제외)으로 훌쩍 늘었고 두륜중도 현재 학생 24명이 다니고 있다. 올해 말까지 10가구가 전입하기로 했고 30가구는 대기 중이다. 자치회는 조만간 학생 수가 100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오채원·오상원 쌍둥이 남매를 두륜중에 입학시킨 학부모 유진희씨는 “아이들이 경쟁이 심한 도시보다는 사계절을 느끼며 자연과 함께 순수하게 성장하는 게 옳다는 생각에 경기도에서 이주했다”며 “교육 인프라 부족 우려가 있었으나 마을 어르신들이 마련한 공부방과 자발적으로 학습지도교사로 나선 학부모 덕택에 (그런 우려는) 해소됐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북일초 사례를 현산면, 계곡면의 3개 초교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김향희 해남군 자치분권팀장은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예산 6억2천만원을 투입해 30가구 분량 빈집 수리비를 마련하고 학부모 일자리 알선, 유학 경비 등을 지원해 나머지 작은 학교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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