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물가상승 7%대 주춤, 그러나 안심할 때 아니다
지난주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7.7%로 전달(8.2%)은 물론 시장 전망치(7.9%)를 밑돌았다. 이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급반등하고, 국제적인 달러 강세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코스피와 코스닥도 3% 이상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은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등의 영향으로 이달 들어서만 105.9원이나 내렸다.
미국의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상승 속도를 늦추거나 최종 금리 수준을 낮추는 선택을 할 확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물가 지표 하나에 경제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물가가 지난 10월로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지금의 물가 수준은 미국의 목표치(연 2% 상승)를 크게 웃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급선무이다. 설령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당초 계획보다 줄여 다음달에 0.7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를 올리더라도 이 역시 큰 규모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한국(3.0%)보다 최대 1%포인트나 높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본격적인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지난 5월에 제시한 전망치(2.3%)를 6개월 만에 0.5%포인트 낮췄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을 제외하면 없던 일이다. 모든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줄면서 내수가 위축되고,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중국 봉쇄 조치 영향 등으로 수출도 뒷걸음치고 있다. 춘천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은 경색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빚을 내 주택을 구매한 가계의 파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하면 고금리 부담은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물론 가계와 기업도 긴 겨울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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