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축제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2년 전엔 ‘승객들 불편’ 수용 안 해

이홍근·강은·권정혁 기자 2022. 11. 13. 2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수본, 참사와 인과 조사
전문가 “표준 매뉴얼 필요”
통제선 있던 자리…추모의 꽃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골목 입구에 13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과 편지들이 놓여 있다. 김창길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용산구청으로부터 무정차 통과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공사가 참사 당일 오후부터 승객이 밀집했는데도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현재 공사는 구체적인 기준 없이 무정차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2020년 핼러윈데이 이태원 무정차 통과 등 협조 요청’ 공문에는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역을 이용하여 대규모 인파가 이태원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태원역 밀집도 증가로 인해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이 우려된다”고 적혀 있다. 공문에서 용산구청은 인파가 집중되는 야간 시간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지하철 역사 내 집중 방역과 안전요원 배치를 요청했다.

공사는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상 승하차 고객이 적어 무정차를 하게 되면 고객 불편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공사 관계자는 “승객 이동 불편이 예상돼 대신 안전인력을 증원해 추가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이태원역 지하철을 무정차하지 않은 것이 참사 규모를 키웠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재 경찰과 공사는 참사 당일 무정차 요청 시간을 놓고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용산경찰서는 특수본 조사에서 ‘112상황실장이 사고 발생 약 37분 전인 오후 9시38분쯤 공사에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공사 관계자가 정상 운영을 고집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공사 측은 ‘용산서가 참사 발생 1시간여 뒤인 오후 11시11분쯤이 되어서야 이태원역에 지하철 무정차 여부를 문의했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2년 전 무정차 통과를 요청한 용산구청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견된 올해 핼러윈 축제 때는 무정차 통과를 요청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중이다.

무정차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 관제업무내규 62조는 “운전관제는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하여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고만 돼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표준 매뉴얼이 있어야지,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책임소재 등도 문제라 반드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무정차 통과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을 잡기가 애매하다”며 “역사의 크기랑 환승 여부, 승강장 구조 등이 역마다 모두 다른데 이를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역마다 세부 규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역에 시간대별로 몰리는 사람 수가 유동적일 수 있어 규정을 정하기 어렵다”며 “외부에 있는 경찰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유기적으로) 안전하게 꾸려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홍근·강은·권정혁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