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낙수효과 근거 부족’ 내부 지적 묵살한 KDI

‘법인세 감면 효과’ 보고서 검토자 “연관성 부족…수정 필요해”
반영 없이 국감 첫날 발표…장혜영 의원 “정권 일정 맞춰 강행”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내용의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두고 ‘효과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고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수정해야 한다’는 내부 검토 의견이 나왔지만 KDI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DI가 지난 10월 발행한 ‘법인세 세율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3%포인트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경제규모를 단기적으로는 0.6%, 장기적으로는 3.39% 더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13일 KDI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8일 해당 보고서 초고가 KDI 발간위원회에 등록됐고, 9월19일에는 KDI와 기획재정부가 합동 정책간담회를 열어 정책 공조 계획을 밝혔다. 정책간담회 당일 해당 보고서의 2차 검토가 진행됐는데, 별도 의견 없이 마무리됐다. 보고서는 기재부 국정감사 첫날인 10월4일 공개됐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보고서를 내세워 법인세 감면 정부 정책을 옹호했다.

KDI는 보고서 발행 전 검토자를 지정해 내용을 점검했다. 통상 KDI는 보고서 발간 전 익명·비공개 검토자를 선정해 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지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에 대한 검토자는 13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KDI 보고서는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외 주식투자 확대→법인세 인하→기업 경쟁력 제고→기업 실적 개선→국민 노후 보장’이라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반면 검토자는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와 법인세 인하 간 밀접한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토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기업 경쟁력 제고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며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은 점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법인세 현행 유지 부작용이 작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토자는 “우리나라의 소득분위별 법인세 부담 귀착정보, 법인세율 조정에 따른 주가효과, 소득분위별 주식투자비율 정보를 확보해 소득분위별 법인세율 변화 효과를 분석하면 정책 효과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고서에는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재정여건 개선을 위해 미국 등에서 법인세 인상을 논의 중이며 횡재세(초과이윤세)도 검토되고 있으니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토자는 종합적으로 “주요국 세율 구조 현황을 확인하는 한편 저자 견해에 대한 우려 사항을 고려해 문구와 정책 판단을 다듬을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KDI 보고서가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데다 ‘부자 감세는 정치 구호’ 등 편향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데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국책연구원이 정권의 정치일정에 맞춰 무리한 견해를 담은 보고서를 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KDI 측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