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 패권’ 경쟁 갈수록 심화…이길 방법은 ‘기술 패권’ 확보[탄소중립 시대, 광물자원의 포효]
패권은 ‘어떤 집단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이나 지위’를 의미한다. 광물자원에 패권이 있다고 하면 누군가는 “무슨 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오히려 광물자원을 중심으로 한 패권 경쟁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있었던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수출금지에서부터 올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자원 보유국의 광물 수출금지 법안 발표 등이 대표적인 ‘자원 패권화’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핵심 광물 원산지 조건을 규정함으로써 자원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력히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리튬 2차전지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2022년 블룸버그의 2차전지 전체 공급망 국가 순위에서는 중국, 미국은 물론 스웨덴과 핀란드 등보다도 낮은 10위를 기록했다.
관련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데도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원재료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인적자원으로 쌓은 2차전지 분야의 기술적인 능력이 빈약한 부존자원에 의해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자원 빈국의 입장에서 핵심 광물 분야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범접하지 못한 미지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패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국제에너지기구는 리튬, 니켈, 흑연 그리고 희토류 등의 수요량이 2040년까지 최소 7배에서 최대 42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했다. 수요의 증가는 곧 공급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기에 기존 기술만을 적용한 자원 활용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
결국 새로운 기술로 자원을 개발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예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염수 또는 광물을 통한 리튬 회수가 지금은 대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화합물도 예전에는 니켈 황화광을 사용해 제조했지만, 최근에는 니켈 산화광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품위 니켈 황화광의 고갈에 대응한 기술을 개발해 발전·적용시킨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새 기술을 통한 자원 개발 노력이 아직까지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어떤 국가나 기업도 실질적인 상용화를 견인할 확실한 기술력이 없다.
최근 자원 부국들은 광물자원의 해외 유출은 엄격히 제한하는 반면, 고도화된 기술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의 진입은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니켈 산화광의 최대 매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원광 수출은 금지했지만, 배터리급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제련 기술을 가지고 오는 국가와 기업에는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자원 부국들도 2차전지 제조를 위한 핵심 원료를 얻기 위해 제대로 된 선광·제련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폐자원 활용에서도 기술 확보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표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의 사용 후 제품 발생은 당연히 예측되는 상황이다. 기술만 확보한다면 폐배터리에서 많은 자원과 원료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기술로 자원을 확보하는 새롭고 중요한 순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원료·소재의 회수와 제조에 매진해 온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비롯해 국내에선 관련 연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자원 패권의 대항마는 기술 패권뿐인 시대가 다가온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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