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성명’ 무엇이 담겼나…구체화한 3국 공조

유정인·심진용 기자 2022. 11. 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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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프놈펜|강윤중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핵심은 앞서 확인한 포괄적인 3국 공조 강화의 이행방안을 안보·경제 등 각 분야에서 구체화한 점이다. 지난 6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3국의 공조 확장을 말한 뒤 5달 만에 모여 실질적인 연대 강화 행동에 들어갔다. 안보 이슈핵심 의제로 다뤄졌지만 이와 함께 글로벌 현안에 두루 공통된 입장을 확인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지역 질서에 힘을 실으면서 한국 정부의 ‘중국 리스크’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보 이슈 고리로 뭉친 3국···북핵 핵심 의제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놈펜|강윤중 기자

이날 세 정상의 연쇄 회담이 성사된 데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잇딴 도발과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7차 핵실험 징후 강화 등으로 북한 도발 수위는 고도화해왔다.

이에 따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선 안보 이슈가 핵심 이슈로 다뤄졌다. 세 정상의 어조도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보다 강해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미사일을 언급하며 “분단 후 처음 있는 일로서 매우 심각한 도발”이라고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시기 나온 도발을 들어 “김정은 정권의 반인도주의적이고 반인륜적인 성향”을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6월 “점점 더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발언에서 나아가 이날은 “북한에 의한 전례없는 그런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3개 분야로 구성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프놈펜 성명)에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를 첫 분야로 두고 가장 먼저 북한 문제를 언급한 데도 이 같은 안보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세 정상은 프놈펜 성명에서 “날아 들어오는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미국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한·일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안으로, 군사 안보 분야에서 공조를 높이는 구체적 안을 성명에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세 정상의 회담은 15분만에 종료됐다. 직후 나온 프놈펜 성명은 A4 6장, 5300여자에 달한다. 3국이 실무선에서부터 장기간 입장을 조율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에도 3국 공조 강화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9월 한 차례 열렸던 3국 회담은 이번 정부 들어 6개월 만에 두 차례 열렸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3국 공조를 핵심 외교·안보 전략으로 삼은 결과다. 각국의 이해관계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우군’으로서 한국, 일본과의 공조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일본은 자국 군사력을 높여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과정에서 북핵 이슈를 지렛대 삼는 흐름이 감지된다.

미국 주도 인·태 질서 동참 명확히 한 ‘프놈펜 성명’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프놈펜|강윤중 기자

프놈펜 성명은 큰 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질서에 한·일이 보폭을 맞추는 행보로 해석된다. 안보 공동 대응을 고리로 전 분야로 인·태 지역에서 3국 공조를 확장하는 흐름이 재확인됐다. “자유롭고 개방되고,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으며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언급한 것도 중국을 견제하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한·미 정상은 지난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이 같은 표현을 들어 양국의 인·태 전략에 호응한 바 있다.

성명에는 중국이 예민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겼다. 3국이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며 공급망 문제 등에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점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태 전략과 연관이 있다. 세 나라는 이미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공통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성명에선 포괄적인 IPEF를 발전시키는 데 협력하자는 내용을 포함했다. 윤 대통령이 ‘태평양 도서국 협력 구상’ 참여를 공식화한 것도 미·일과의 밀착 행보로 풀이된다. 태평양 도서국 관련 유사입장국간 협력을 조율하는 이 협의체는 미국과 일본 등이 제안해 지난 6월 출범했다. 중국이 여러 국가와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는 “불법적 해양권익 주장과 매립지역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포함한 인·태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긴장 고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출범 전부터 전임 정부의 미·중 균형 외교를 비판하면서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주장해왔다. 중국에 대해선 ‘상호존중, 호혜원칙에 입각한 한·중관계’를 내세웠다. 현재까지는 한·중 관계 충돌이 표면화하진 않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호응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비판 발언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인·태 전략을 밝히며 남중국해 문제에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반론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미·일 밀착 흐름이 강화하면서 중국과 부딪칠 영역이 확장되는 흐름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한·중간 충돌로 가시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의 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나가느냐가 향후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프놈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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