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모인 한미일, "확장억제 강화" 북핵 대응 '3각 공조' 못박았다
미일, 한미, 한일 릴레이 양자 회담도 개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순방차 방문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 3국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일, 한미, 한일 릴레이 정상회담도 열렸다. 지난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이 만난 지 약 5개월 만이다.
한미일 정상 5개월 만의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15분간 열린 3국 정상회담 직후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을 내 "북한이 한반도 그리고 그 너머에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는 연속된 재래식 군사 행동과,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해 올해 전례 없는 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은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은 강력해질 뿐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철통같으며,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발언했다. 3국 정상은 또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합의했다.
3국 정상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과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격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함께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체성과 주권의 즉각적 회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핵무기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국 정상은 또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전략에 한국과 일본이 공조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5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집중적으로 발사했다"며 "그중 한 발은 동쪽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관할수역에 착탄한 것으로 분단 후 처음 있는 매우 심각한 도발"이라며 북한의 최근 도발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시기에 이러한 도발을 감행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반인도주의적·반인륜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한미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미일 정상도 적극 공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행동을 계속하고 있어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북한의 추가적 도발도 예정된 가운데 오늘 이렇게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세 정상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말도 잊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우선 비극적인 일로 미국인 2명, 일본인 2명이 희생됐다"며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울에서 발생한 비극에 대해 먼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 역시 "윤 대통령께 이태원에서의 슬픈 사고에 대해 그리고 희생자에 대해 애도의 말씀을 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尹, 바이든·기시다와 연쇄 만남
윤 대통령은 한미일 회담 전후로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각각 양자 정상회담도 가졌다.
50분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핵을 사용한다면 한미 양국이 모든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할 것"이란 점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애로도 재차 전달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IRA의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기시다 총리와 45분간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북 도발 대응과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이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국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외교당국 간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상황에 근거해 조기 해결을 꾀한다는 방침에 일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엿새간의 동남아 순방 외교에 나선 윤 대통령은 다음 일정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저녁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 양국이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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