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살얼음판 기업, 연말인사 `안정·생존`

박은희 2022. 11.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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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연말 조기인사로 가닥
주요 경영진 교체 최소화에 무게
경제 불확실성속 모험보다 안정
재계 3·4세들 약진도 두드러져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 인사를 앞당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인사에서는 주요 경영진의 교체를 최소화 하는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어려운 경영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꼭 필요한 개편 이외의 변화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재계 총수들이 '모험'보다는 '생존'에 방점을 두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해보면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승진 후 처음 맞는 정기 인사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투톱' 체제는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은 만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변수로는 이재승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현재 한종희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가 거론된다. 새로운 수장 선임과 함께 CEO(최고경영자) 바로 밑 라인인 사업부장 급에서 인력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승진에 따라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올해 인사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연말 인사로 부회장 2명이 승진해 총 6명의 부회장단을 구성한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각 관계사의 이사회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연말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된 SK C&C의 경우 책임 차원에서 경영진을 교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다수 계열사 사장이 지난해 선임된 만큼, 올해 인사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미래 신사업인 자율주행, 전동화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을 이끄는 핵심 인사가 전진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도 신규 임원 3분의 1이 40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지난해 연말 인사가 최대 규모였던 만큼 올해는 안정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차세대 리더에게 새로운 중책을 맡기는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도 올해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실적이 악화한 롯데케미칼과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롯데건설 역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기업 인사의 기류도 5대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10일 예년과 비슷한 폭으로 30명 임원 승진을 단행했는데, 신규 사장 승진자는 없었다.

올해 대기업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재계 3·4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한화그룹은 8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9) 한화솔루션 사장을, 지난달 삼남인 김동선(33)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를 전무로 각각 승진시켰다. 김동선 전무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도 맡게 됐다.

장남인 김 부회장이 제조 전반과 방산 등 주력 사업과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차남 김동원(37)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 사업을, 삼남 김동선 본부장이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맡는 식으로 승계 구도가 뚜렷해졌다.

코오롱그룹에서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8) 사장이 승진하며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사장은 향후 미래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CJ그룹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32)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임원(경영리더)급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미주 지역을 넘어 유럽과 아태 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식품 사업 전반의 전략을 관장한다.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36) 상무는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임명됐다.박은희·장우진·김수연기자 e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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