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에 삼각공조 더 단단해졌다 … 5개월만에 뭉친 韓美日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일본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하고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미·일 3국의 이 같은 행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압박의 성격도 담고 있다. 한·미·일은 특히 '북한이라는 공통된 위협과 도전뿐 아니라 역내 전반적인 평화와 안정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마련했다.
앞서 백악관은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동아시아 지역 내 미군의 군사력 강화를 시사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함께 아세안 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로 향하던 에어포스원 기내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미국·한국·일본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입장을 말할 것"이라며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지역에 미국의 군사·안보 존재(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북한 행동을 제지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면서 "그렇게 할지 말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잦은 미사일 시험과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중국이 나서서 차단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에 주둔 중인 군 전력을 강화해 북한과 중국을 더 강하게 견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에는 2만8500명, 일본에는 5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 또 경제·산업 협력에 대해서도 적극 협의했다.
이번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순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짧게 조우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30분간 회담을 진행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양자 회담이 또 한 번 성사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중 5년여 만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4개월 반 만에 3국 정상 간 만남도 다시 이뤄졌다. 외교적인 차원에서는 이 자체로 상당한 성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취임 6개월 만에 이벤트에서 다섯 차례 이상 마주했고 이번에는 한미정상회담이라는 이름으로 만남이 다시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11일 만에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실시했고 이후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났으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과 제77차 유엔총회에서도 조우했다.
일본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급반전됐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한일관계는 악화 일로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의 잦은 도발 이전에는 한때 한일관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9월 뉴욕에서의 한일정상회담을 둘러싸고 한국에서는 '흔쾌히'라는 단어를 쓰며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사전 예고까지 한 반면 일본에서는 시종일관 "확정된 바 없다"면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해 긴장이 이어졌다. 또 한일정상회담 몇 시간 전까지도 회담 성사 여부가 알려지지 않는 등 천신만고 끝에 두 정상은 짧게 마주 앉을 수 있었다.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화의 의지를 내비치면서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한·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외교 이벤트로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이후 9월에는 33개월 만에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무엇보다 북한이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일본까지 위협하는 도발을 이어가면서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긴밀해졌다. 지난달 6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도발 후 전화통화를 하고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으며 그 과정에서 기시다 총리가 먼저 한국을 향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대응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 달여 만인 11월 캄보디아에서 또 한 번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인데, 한층 더 부드러워진 양국 간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뉴욕 회담보다 훨씬 더 매끄럽게 정상회담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앞서 한일 양국 정상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조우했고 이후 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한 캄보디아 총리 주재의 갈라 만찬에서도 만났다.
[프놈펜/박인혜 기자 / 서울 진영태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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