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과 정상회담 앞두고 ‘협력’ ‘견제’ 줄다리기
오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대면정상 회담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경쟁하더라도 소통은 유지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양국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과 적극적으로 경쟁하면서도 소통 라인을 열어둠으로써 경쟁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경쟁이 극단적인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제10차 미-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는 남중국해 갈등을 비롯해 “규칙 기반 질서와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역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세안 국가들에게 중국의 영향력에 맞설 것을 약속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기선제압용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캄보디아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지역에 미국의 군사 및 안보 존재(병력 또는 무기)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을을 의미한다는 점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북한의 최악의 행동을 제지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며 “물론 중국이 그렇게 할지 말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데 나서지 않으면 동북아에서 군사력 투입을 강화하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최근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미국의 협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 승리로 민주당의 상원 과반 유지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더 강해져서 (미중 정상회담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시진핑을 알고 그도 나를 안다”며 “우리는 서로에 대한 오해가 거의 없다. 레드라인에 대해 서로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외 개방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과 만나 대외 개방은 중국의 기본 정책이라면서 “호혜 상생의 개방 전략을 확고히 시행하고 경제 글로벌화의 정확한 방향을 견지하며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와 편리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미·중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자 사설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건 간에 중·미 정상이 앉아서 대화하는 것은 현재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그러나 “중·미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의 열망은 진심이나 핵심 이익을 지키려는 중국의 태도는 확고하며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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