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팔 부담을 덜어내라…오타니도 좋고 152km 파이어볼러도 좋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재영이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자기 하고 싶은 걸 하면 좋겠어요.”
키움 고형욱 단장의 이 얘기는, 마치 자식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KIA 장정석 단장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고 단장도 선수 출신이기에, 누구보다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잘 안다.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1군 주전들이나 2군 멤버들이나 똑같다.
그동안 장재영이 ‘9억팔’이라는 부담에 짓눌려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고 단장이 장재영의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 파견을 결정하면서 장재영에게 다시 방망이를 잡으라고 권유한 건, 장재영이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원점으로 돌아가 재능을 펼쳐보라는 배려다.
장재영은 12일 멜버른과의 경기서 선발 투수로 5이닝 무실점했고, 서스펜디드로 계속된 13일에는 타자로도 나섰다. 현 시점에서 장재영의 ’투타겸업’이 확정된 건 아니다. 일단 질롱코리아에서 해보고 본인 의사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언제 결정할 것이라는 데드라인도 당연히 없다.
구단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21시즌 여름에는 2군에서 장재영의 ‘제구력 잡기 프로젝트’까지 실시했다. 거리를 차츰 늘려 정확하게, 반복해서 던지는 훈련, 밸런스 훈련을 실시했다. 구단이 자체적으로 고안한 방식이었다.
올해는 시즌 도중 아예 선발투수 육성으로 방향을 잡고 의도적으로 2군에서 선발 수업을 시켰다. 물론 효과를 보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13경기서 1승4패 평균자책점 5.79. 1군에서도 지난 2년간 33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8.53. 제구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것에 너무 파고드는 것도 장재영의 잠재력 발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선발 프로젝트도 일단 접었다고 봐야 한다. 호주에서 부담을 덜어내고 재능을 발휘한 뒤, 자연스럽게 미래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여전히 20세이며, 정 안 되면 군 복무부터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시간은 여전히 장재영과 키움의 편이다.
그렇게 장재영은 흰 도화지에서 다시 시작한다. 한국의 오타니도 좋고,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 152km가 나온 것처럼 파이어볼러의 삶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장 단장은 “재영이가 원하는 걸 시킬 것이다”라고 했다.
[장재영. 사진 = 질롱코리아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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