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앞에서···尹·바이든, 북핵 공조·한미동맹 글로벌로 넓혔다
전날 갈라 디너에서 만나 밝은 분위기 연출
尹, 인태전략 통해 美와 동맹 글로벌로 확대
양국 경제안보 신뢰 달린 IRA 해법 '공회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한미 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확장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알렸다.
아세안 한복판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동아시아의 외교 안보적 정세에 미치는 의미가 남다르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 다낭에서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지역 전략 개념을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했다. 일본과 호주 등 미국의 우방국들도 이후 인태 개념을 적용하며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동참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독자적인 ‘신남방정책’을 내세워 미중 간의 관계에서 전략적인 모호성을 이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1일 만에 서울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11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한국의 인태 전략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아세안 정상들을 향해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권위주의와 독재로 대변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막기 위한 공조에 나서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이 미중의 중간자에 서는 신남방정책을 폐기하고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전략 동맹으로의 확장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을 통해 “북한이 이런 길을 계속 간다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안보적 주둔 강화를 의미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인태 전략에 화답해 미국도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을 밝히면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인태 지역까지 공조할 발판이 마련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태 전략은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인 지역 전략으로 우리의 국격과 위상에 맞게 외교적 시야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위해서 한미 동맹을 비롯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연대와 협력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국제사회에 밀착한 한미의 모습을 보여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갈라 만찬에서 만나 밝은 웃음으로 환담하는 모습부터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대북 대응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경한 입장을 냈다. 두 정상은 이날 총 50분간 북한 등 역내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예정된(30분) 시간보다 더 시간을 쓰며 인태 지역에 대한 양국의 공조를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 또 확장 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상시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은 물론 북한이 핵 도발을 감행할 경우 동북아 지역에 미군을 증강하는 전략까지 검토됐다. 북한 문제를 두고 미국이 동아시아에 전력 증강에 나서면 중국까지 큰 압박을 받는다. 윤 대통령이 인태 전략으로 한미 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실질적으로 격상시킨 것처럼 미국 역시 대북 대응을 위해 중국까지 테이블에 올리는 구상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태 전략에 맞춰 아세안 지역으로 경제 안보 동맹 역시 확장하기로 했다. 남중국해와 남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아세안은 전 세계 해상 운송 물량의 절반이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무역 강국이자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아세안 지역에서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받지 않으면 경제는 물론 안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아세안 지역에서의 자유연대를 강조하며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의 국익과도 직결되는 것이라 믿는다”고 말한 점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안보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역내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협력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기술 생태계를 조성해나가는 데 일조함으로써 역내 공동의 번영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 기업들의 첨예한 이익이 걸린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대해서는 아직 출구를 찾지 못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IRA 법안에 전향적인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해법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9월 미국 뉴욕에서 환담을 통해 이 문제와 관련해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하자고 협의했지만 이번에도 원론적인 입장만을 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회담의) 초점은 북한(대응)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이에 대해 “미국 업체를 키워 중국을 견제하는 게 ‘아메리카 퍼스트’”라며 “IRA도 그런 배경 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2024년 대선 정국에도) 뜯어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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