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이규화 2022. 11.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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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극한의 상실을 당한 사람을 위로한다니 좀 생경하다.

좀 난해하지만 올해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말을 빌면,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하기 때문"이란다.

프레임은 직관만 있다면 복잡한 수학적 정의를 동원하지 않고서도 이야기 공간의 점과 선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독자를 안심시킨다.

"몇몇 선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이끌곤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죽음뿐만 아니라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이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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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위로 마이클 프레임 지음 / 이한음 옮김 / 디플롯 펴냄

수학이 극한의 상실을 당한 사람을 위로한다니 좀 생경하다. 좀 난해하지만 올해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말을 빌면,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하기 때문"이란다. 모순으로 가득한 실제를 무모순의 세계에 비춰보았을 때 우리의 삶, 우리의 아픔은 그 안에서 재구성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해석할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은퇴한 예일대 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기하학을 비탄을 극복하는 기제로 제안한다.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x-y축으로 구성된 공간에 투영해보라고 한다. 예컨대 감정 상태는 두려움-편안함, 화남-차분함 등의 축으로 나타낼 수 있다. 프레임은 직관만 있다면 복잡한 수학적 정의를 동원하지 않고서도 이야기 공간의 점과 선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독자를 안심시킨다. 서로 만나지 않도록 그려진 점 혹은 선은 불가역성이나 도약의 의미를 담고있다. 프레임은 어머니가 있는 세계와 어머니가 없는 세계를, 사랑하는 반려묘와 함께했던 놀이와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했던 놀이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재조정'한 실마리를 이 공간에서 찾아냈다.

기하학은 점·선·면의 학문이라고 알고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기하학은 조금 더 우아하고 본질적이다. 프레임은 기하학이 세계의 모습과 돌아가는 방식을 모형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세계를 닫아버린다. 틈새로 비친 이전의 세계를 희미하게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게 하는 문을 연다. "몇몇 선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이끌곤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죽음뿐만 아니라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이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이다. 닿지 못한, 앞으로 닿지 못할 순간을 흘려보내야만 하는 필연에 우리는 또다시 쓰러지고 힘겨워할 것이다. 상실이 전하는 감각들에 익숙해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레임이 쓴 것처럼 "고통에 대한 최선의 해답은 이것일 수도 있다. 비탄은 우리에게 대담한 걸음을 뗄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실에 맞서 자신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본 한 사람의 믿음이, 어둡고 차가운 시간을 지나고 있을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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