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 국가전략, 유전자변형 규제개혁부터

2022. 11.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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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정부가 글로벌 기술 경쟁 주권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12대 국가전략기술을 발표했다. 우주항공·해양, 수소 등 전도유망한 분야 가운데 첨단바이오도 당당하게 그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이전부터 바이오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해 왔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1984년 생명공학육성법 제정 시행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가칭)합성생물학 육성법' 마련과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지원을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노력에 호응하듯 연구 현장에서도 바이오 원천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초소형 유전자가위 개발 연구나 유용물질(루테인 등)을 대량 생산하는 세포공장 설계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에는 언제나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사용된다.

유전자변형생물체(Living Modified Organisms)는 현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들어진 생명체를 의미한다. 생명현상을 유전자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과거부터 생명과학·공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범위를 확장하여 의약·농업·환경 등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도 쓰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바이오 연구 확대와 유전자변형생물체 연구 진흥, 국민건강과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 중이다. 이 중 연구시설에서 사용되는 시험·연구용 유전자변형생물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한다.

그동안 과기정통부는 국내 약 6500개 연구시설에서 종사하고 있는 5만4000명 연구자를 대상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기준·기술 개발 및 안전교육·문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국내 바이오 연구자의 안전관리 의식 수준과 역량은 상당히 성장했다.

다만, 신규 바이러스나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출현, 외래병해충 도입 등으로 바이오 연구가 더욱 주목받는 지금,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 규제를 개선하여 연구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구자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많은 국민들은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유전자 변형'이 된 생물체이기 때문에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현행 안전 규제를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 특히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자가 주장하는 규제 개선과 국민이 요구하는 안전 규제 강화라는 줄다리기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속해서 현행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 규제를 살펴보고 검토·개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제4차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 중이다. 향후 5년,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인 만큼 과기정통부는 무엇보다도 연구 진흥과 생물안전 확보, 두 중요한 임무를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연구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연구현장에 산재되어 있는 안전규제 현안들을 발굴·이슈화하고 이를 합의된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적극행정 추진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복잡한 현행 생물 관련 법체계로 연구자가 느끼는 중복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연구자 집단의 대표자가 되어 각 법령 담당 부처에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체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일괄 관리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현재 안전 규제에서 정말로 위험한 유전자변형생물체만을 선택적으로 관리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번 12대 국가전략기술 발표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해 나갈 방향을 보여주었다. 국가의 전략이 될 첨단과학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타성에 젖어 따랐던 것들을 돌아보고 바꾸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잘 다져진 집터 위에서만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안전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 사회는 새로운 육성법 제정과 같은 막대한 행정적 지출 없이도 바이오 분야를 육성해나갈 원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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