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자금경색 진원지 `부동산 ABCP` 안정화 총력

강길홍 2022. 11. 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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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이하 등급, 시장 불안 주범
고금리 속 레고랜드 사태 겹쳐
증권·건설사 보증 어음도 기피
연합뉴스

정부가 '자금경색 진원지'로 꼽히는 부동산 유동화어음 안정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50조원+α' 규모의 긴급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자금시장 경색이 해소되지 않는 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유동화기업어음(ABCP)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량물(A1 신용등급)을 제외한 A2 등급 이하 ABCP가 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거론된다. 발행잔액이 적은 A2 이하 ABCP가 우량물 거래는 물론 단기자금시장 전체의 불안을 지속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정부가 지난 11일 2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A2 등급 PF ABCP 시장을 목표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부동산 PF는 장기간 대규모 사업자금을 필요로 하는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필요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 기법이다. 과거엔 부동산 개발사업이 금융기관 대출에 많이 의존했지만,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증권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비중이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통상 신용등급이 없어 증권을 발행하려면 믿을 만한 외부기관의 신용보강이 요구되는 게 일반적이다. 주로 증권사나 건설사(시공사)가 신용보강자 역할을 맡았다. 현재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한 PF 유동화어음 잔액은 20조2867억원으로, 전체 PF ABCP 발행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리 상승으로 시중에 돈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는 PF ABCP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선 PF ABCP마저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지자 증권사나 건설사가 보증을 선 ABCP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시장 불안심리가 전체 채권·자금시장 경색으로 확산하자 정부는 지난달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히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사업자 보증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한국은행의 증권사·증권금융 대상 6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안이 나왔다.

정부 대책으로 채권시장은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단기자금시장은 경색 국면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PF ABCP 시장의 경색이 진원지로 작용해 단기자금시장 전반의 교란 상태가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PF ABCP는 통상 만기가 1∼3개월로 짧은 편이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신규 어음을 발행해 기존 어음을 갚는 식(차환 발행)으로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일단 대형 증권사가 주로 보증한 A1 등급의 PF ABCP는 증권사들이 직접 어음을 인수하고 나서면서 시장에 투매가 줄기 시작한 분위기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PF ABCP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여력이 부족하다 보니 PF ABCP를 직접 떠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보증 PF ABCP 중 A2 등급 발행잔액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전체 발행 물량 대비 크지 않은 편이다.

금융당국은 11일 PF ABCP경색 해소에 집중한 추가 지원방안을 내놨다. 대형 증권사 9곳이 출연해 만든 이른바 '제2채권시장안정펀드'에 산업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이 자금을 보태 총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조성, A2 등급 PF 유동화증권을 우선 매입키로 한 게 골자다. 지원 규모는 A2 등급 PF ABCP 잔액을 웃돈다. 건설사 보증 PF ABCP도 기존 산은·신보의 CP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 A2 등급까지 포함해 1조원 이상 규모로 지원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PF ABCP가 초래한 자금시장 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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