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닮아가는 FTX 파산… 세계 9위 `크립토` 마저 휘청 [FTX발 가상화폐 시장 충격파]
소프트뱅크 등 기관 수억달러 물려
국내 'FTX 앱 이용자' 1만명 추산
한때 세계 2위까지 오르며 명성을 날렸던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순식간에 붕괴됐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손실도 문제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듯 전통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FTX는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 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퇴했다. 회사 부채만 최대 6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돼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으로도 최악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 피해 이어져= FTX 파산 신청으로 자산 출금이 막힌 FTX 국내 이용자 수는 1만명 이상이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달 FTX 앱 국내 월 이용자 수(MAU)는 1만140명으로 추산된다. FTX가 자체 발행한 토큰인 FTT뿐 아니라 FTX와 밀접한 관계자 있는 솔라나를 보유한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봤다. 이번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른 지난 8일까지만 해도 22달러선에서 거래됐던 FTT는 현재 2달러로 90% 폭락했다. FTT가 상장된 국내 거래소는 코인원, 코빗, 고팍스 3곳이다. 3개 거래소는 사태가 발생하자 곧바로 FTT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고, 지난 12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 거래소를 통해 FTT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 수는 지난 9일 기준 약 6000명, 보유 수량은 11만개로 집계됐다. FTT 상장 폐지 시 국내 투자자들이 입을 피해는 최대 23억원에 달한다.
◇'제2의 루나', '코인판 리먼' 사태= 이달 들어 2만달러를 회복하며 상승 흐름을 보이던 비트코인은 FTX 파산 사태 이후 불과 2~3일 만에 1만5000~1만6000만원대로 급락했다.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3대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연동 가상통화)으로 꼽히던 테라는 하루 만에 고점 대비 70% 추락했고, 시가총액 50조원 규모의 메이저 코인이었던 루나도 한순간에 개당 1원도 되지 않는 수준까지 99.99999% 하락하며 증발했다. 그 여파로 디파이(DeFi) 플랫폼 '셀시우스'와 미국의 13조원대 대형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즈캐피탈'이 파산하는 등 연쇄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코인판 리먼 사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루나·테라는 특정 코인의 붕괴가 촉발한 문제지만, FTX의 파산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은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으로 꼽혀온 리먼 브라더스가 2008년 8월 뉴욕 남부법원에 FTX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사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서 비롯된 613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FTX의 경우에도 관계사 알리메다가 FTT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무리하게 일으킨 것이 결국 유동성 불안을 일으킨 원인으로 꼽힌다.
FTX는 해킹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블록체인 분석회사 난센을 인용해 FTX의 코인 거래 플랫폼 FTX 인터내셔널과 FTX US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6억6200만달러의 디지털 토큰이 유출됐다고 전했다. 자금 유출은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직후에 이뤄졌다.
◇전통 금융시장에도 영향= FTX의 파산은 전통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FTX가 거래소 인수 없이 결국 파산으로 진행될 경우 루나 사태보다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파산법의 챕터 11은 파산법원 감독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사실상 회생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원만하게 사태가 수습되는 것은 FTX 거래소 인수자를 찾거나, 긴급 대출자를 구하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FTX에서 자매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고객자금을 대출해준 정황이 밝혀지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출과 자산 간 60억달러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실사 결과 등도 불리하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2014년 3월 일본 마운트 곡스 파산 시에는 약세장이 2015년 상반기까지 지속됐다"며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와 관련 프로젝트, 벤처 캐피탈 등 규모도 루나 사태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으로는 FTX 거래소나 알라메다 리서치와 관련된 프로젝트, 코인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 다른 거래소 연쇄 파산과 이더리움, 솔라나 등 가격 하락으로 인한 디파이 청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솔라나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전문투자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초기에 투자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한 코인이다. 지난 8일 30달러에서 현재 14달러로 50% 이상 떨어졌다.게다가 전체 하루 거래량의 18% 이상을 국내에서 차지할 만큼 국내 투자자가 많아 이번 가격 폭락에 따른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스테이블 코인 붕괴다. 테더 (USDT), USDC 등이 5월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1달러를 하회(디페깅) 중이다. 테더가 보유하고 있는 준비금 680억달러 중 미국 국채가 397억달러로, 보유 준비금 매도 시에는 전통금융에까지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준비자산을 통해 금융시스템과 직접 연결돼 있어 대규모 상환을 위한 준비자산 강제청산 등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기관투자자가 FTX 투자금 조달에 7500만달러, 일본 소프트뱅크가 1억달러, 헤지펀드 세쿼이아 캐피털이 2억1400만달러 등을 투자해 손실을 보게 됐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막내딸, 초호화 결혼…신랑은 레바논계 아프리카 재벌 후계자
- 김건희 여사-오드리 헵번, 기묘한 평행이론?…온라인서 뜨거운 ‘논쟁’
- 화학액체 먹여 모친 살해한 30대 딸…얼굴 가리고 구속심사 출석
- "사람 고기 좀 먹어볼까"…`성관계 거절` 다방 업주에 950차례 스토킹
- 100만원 몰래 빼돌린 10대 딸 흉기로 찌른 친모…"훈육하다가"
- "김영선 좀 해줘라" 尹대통령-명태균 녹취록 공개 파장… 대통령실 "공천 지시 아냐, 그저 좋게
- 생산·소비 `동반 추락`… 설비투자 홀로 8.4% 반등
- `합병 SK이노` 1일 출범…무자원 산유국서 `친환경` 에너지강국 도약 이정표
- "기술혁신이 ESG"...AI로 고령화 해결 나선 제약바이오기업들
- "가계대출 총량규제 맞춰라"… 신규억제 넘어 중도상환 유도하는 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