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뒤 기대여명 23년… 환갑 이후 내게 주는 ‘따박따박’ 연금용돈 [김기석의 자본시장 산책]
주된 일자리 조기퇴직 비중 40% 넘어
은퇴 빨라지는데 노후 비용 천정부지
최소 3억2000만원 있어야 기본 생활
노년에 두둑한 제2의 월급 받자
국민연금 가입 빠를수록 좋아
18세 가입자와 28세 가입자 소득 같을때 수령액 20% 차이
연금저축과 IRP, 사적연금도 필수
한 해 버는 돈 4000만원 이하일 때 둘다 가입하면 16.5% 세액공제
연 최대 700만원 공돈 버는 셈
'1년에 한 번 이상 가족 동반 해외여행' '부부 동반 골프' '친구 모임에서 과감하게 지갑 열기' '손주들이 오면 넉넉하게 용돈 주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은퇴 이후의 삶이다. 여행은 물론 운동도 할 수 있으니 건강하다는 의미이고 필요한 상황에서 돈을 쓸 수도 있으니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확보한 삶이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으면 이런 노후의 삶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그냥 '꿈'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정말 옛말이다. 젊어서 놀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 노후준비에 대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4050세대는 물론 2030대 직장인들도 제2의 인생 준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파이어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그러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에 노후준비 또는 제2의 인생 준비에 대해 알아본다.
■49.3세 빠른 은퇴…돈 없어서 계속 일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월을 기준으로 55~64세 연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나이는 49.3세다. 정년까지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이른 나이에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이다. 주된 일자리란 '생애 중 가장 긴 기간동안 종사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조사 대상의 9.6%만 정년퇴직을 했고 권고사직·명예퇴직·직장 휴폐업 등 비자발적 조기퇴직 비중이 41.3%에 달했다. 자발적인 은퇴는 2.2%에 불과했다. 비자발적 조기퇴직은 2016년 이후 우상향하고 있다.
주된 일자리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은퇴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생활을 위해 제2의 일자리를 찾아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취업 직장에서의 평균 소득은 이전에 비해 36.9%나 감소, 근로소득 여건이 약화되고 있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생애주기수지 적자 시점은 지난 2010년 56세에서 2019년 60세로 늦춰졌다. 생애주기수지 적자 시점이란 근로소득보다 소비 지출액이 더 많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2010년에는 56세가 되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지만 2019년에는 이 시점이 4세 더 높아진 것이다.
■60세 이후 기대여명은 23년, 28년
생애주기수지 적자 시점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기대여명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60세의 기대여명은 남성은 23.4년, 여성은 28.2년에 달한다. 기대여명이란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의미한다.
60세에 생애주기수지 적자가 시작되는데 벌어놓은 자산 또는 노후준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남자의 경우 23년, 여성은 28년 이상을 경제적 빈곤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여명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남성의 기대여명은 21.1년, 여성의 기대여명은 26.2년으로 10년간 각각 2.3년, 2년 늘었다.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오랜 기간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지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비자발적 조기 퇴직 후 소비재원 부족을 메우기 위한 경제활동 연장 등으로 은퇴가 미뤄지고 있었다"면서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를 확보해 조기 은퇴를 성취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적자 상태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은퇴 시기가 불가피하게 연장되고 있다"면서 "안정적 노후를 위해서는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보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상향 조정되고 있어 출생연도에 따라 늦게는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금액이 평균 생활비를 밑도는 수준"이라면서 "이를 고려할 때 개인연금을 부차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소 생활비 기준 1인당 3억2000만원 필요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민노후보장 패널 조사를 기준으로 노후에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월 최소 생활비로 부부는 약 194만8000원, 개인은 약 116만6000원이 필요하다.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생활비는 부부는 월 267만8000원, 개인은 월 164만5000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 생활비와 적정 생활비는 모두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가정한 것이다. 서울생활을 기준으로는 한달에 필요한 부부 생활비는 319만1000원으로 올라간다.
60세의 개인이 기대여명을 고려할 때 홀로 살아간다고 가정하면 최소 3억2000만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부부, 적정 생활비를 기준으로는 7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만약 예상치 못한 질병이 있다면 생활비는 더 필요할 것이고 앞서 거론한 대로 해외여행, 골프, 모임 참석, 능력 있는 조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지난 2019년 조사 결과이기는 하지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복수응답을 기준으로 60대 이상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관광활동(67.7%)로 나타났다. 이어 휴식활동(35.0%), 취미·자기개발 활동(32.5%), TV 시청(31.5%) 등이 뒤를 이었다.
1차 조사당시에 비해 부부 적정 노후 생활비는 20.1%, 개인 적정 노후 생활비는 12.9% 상승했다.
■연금 적극 활용, 국민연금 가입은 빠르게
그렇다면 노후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노후준비의 가장 첫 단계는 연금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당연히 돈을 많이 모아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후에 큰 돈을 보유하기는 쉽지 않으니 미리미리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모으라는 것이다. 또 목돈에서 매달 생활비를 빼 쓰는 것과 매달 연금으로 일정 금액을 받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도 연금을 가입하라는 이유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장(상무)은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어려우니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미래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이 있는 연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년에 '따박따박' 제2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연금은 크게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분류된다. 공적연금에는 국민연금이 있고 사적연금에는 직장인이 가입하는 퇴직급여(퇴직연금)와 개인연금 등이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6월말 기준 가입자 수는 2229만여명에 달한다. 또 지난 6월말을 기준으로 606만3664명이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국민연금을 수급해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국민연금 가입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금 수령액은 소득과 가입 기간으로 결정되는데 일찍 가입하고 추후납부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나중에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이 같은 조건일 때 18세부터 납부한 사람과 28세부터 납부한 사람의 국민연금 수급액은 20%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 측의 설명이다. 단 형평성을 고려해 추후납부가 가능한 개월은 최대 119개월로 제한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추후납부 제도는 연금수급을 위한 최소가입기간(120개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입자에게 연금수급 기회를 제공하거나 이미 최소가입기간 요건을 갖췄더라고 가입보다 많은 연금액을 받기 원하는 가입자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사적연금도 필수
국민연금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기대여명 등을 고려하면 부족하다. 65세 이상 노령층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자는 54%에 불과하고 매달 100만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7%에 불과하다. 또 국민연금 재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추가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저축 신규 계약 건수는 177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194.4%나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2030세대의 가입이 눈에 띈다. 가입 비중은 여전히 40~59세가 54.7%로 높지만 증가세가 빠른 것이다. 지난 2020년 36만7000여명이던 20~29세 가입자는 지난해 62만3000여명으로 70.0%나 늘었고 30~39세 가입자는 102만3000여명에서 124만7000여명으로 21.9% 증가했다.
연금저축이란 일정 기간 납입 후 연금형태로 인출할 경우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는 세제혜택 금융상품을 말한다. 여기에는 보험사와 체결하는 연금저축보험과 투자중개업자(증권)와 체결하는 연금저축펀드 등이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개인이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다. IRP는 퇴직 또는 이직으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 개인퇴직 계좌를 만들고 운용한 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는 제도를 말한다. 또 개인적으로 퇴직연금과는 별도로 IRA 계좌를 만들어 노후자금을 준비할 수도 있다. 단 납부금액 제한은 있다. 연금저축과 IRP를 포함해 연간 납부금액은 1800만원으로 제한된다.
김동엽 본부장은 "결국 수명이 늘어나면서 죽기 전에 돈이 먼저 떨어지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수명이 늘어난만큼 돈의 수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혜택 등 정부 적극 지원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를 고려해 정부는 연금가입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총 급여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총 급여액이 1억2000만원 이하라면 4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IRP를 통해서도 최대 납입금액의 300만원까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총 70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연봉이 4000만원이고 연금저축 400만원, IRP에 300만원을 납부했다면 700만원에 대해 16.5%인 115만5000원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연봉이 7000만원이라면 13.2%인 92만4000원의 세제혜택을 볼 수 있다.
올해 연말까지는 총 급여액이 1억2000만원(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하인 50세 이상의 연금저축계좌 가입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한도가 600만원으로 200만원 인상된다. 총 900만원까지 세제혜택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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