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빌려쓴만큼 `임대료 필수`지만… `자체 전송망`에 협상조차 거부

김나인 2022. 11. 13.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글·넷플 "부담 덜어줬다" 배짱
국내망 트래픽엔 절감효과 없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운데) 등 소송인단이 반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글로벌 과제된 빅테크들의 '망 사용료'

망 이용대가 분쟁의 핵심은 글로벌 CP와 국내 ISP간 협상력 격차에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망 사용료 법안들은 빅테크들이 통신사의 망을 빌려 쓰는 비용을 적정하게 지급하지 않는 점에 주목한다.

상가마다 입지와 크기, 시설이 다르듯 개별 CP가 ISP에서 제공 받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 품질도 상이하다. 이에 상가 수준에 맞는 임대료를 내듯이 CP들이 협상에 임하도록 관련 장치를 만드는 것이 망 사용료 법안의 핵심이다.

ISP들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 데이터 트래픽 비중이 높아 이용자 영향력이 큰 구글과 넷플릭스 등과의 협상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애플, 메타, 디즈니 같은 해외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CP들도 이미 직·간접적으로 국내에서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넷플릭스가 이용료 지급을 거부하면서 시장 질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각 CP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맞는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게 통신사의 입장이다.

◇자체 CDN으로 이미 망 사용대가 지불?=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은 캐시서버 등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통신사의 데이터 트래픽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것을 명분으로 망 이용대가 협상 자체를 거부한다. 캐시서버는 본 서버의 복사본 서버를 만들어 국내 이용자들이 요청하는 콘텐츠를 저장해두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해저케이블 등에 투자한 만큼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현재 소송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처음 연결할 때는 중계 접속인 '트랜짓' 방식을 사용하다 이후 트래픽이 폭증하자 일본과 홍콩에서 캐시서버를 두고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OCA(오픈커넥트)'를 운영하고 있어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캐시서버 구축은 자사 비용만 줄이는 효과가 있다. ISP들은 캐시서버가 이용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를 본사 서버에서 복제해 둬 국제망 트래픽 절감 효과는 있지만, 국내망 트래픽은 절감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한 영화를 국내 이용자 10명이 시청할 경우 캐시서버가 없으면 본 서버에서 국내로 10회 전달돼야 하지만, 캐시서버가 있으면 한 번만 영화를 복제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10명에게 영화를 10회 보내야 해 트래픽이 그대로다.

이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고, 애플과 디즈니는 CDN 전문 업체와의 연결을 통해 우회 지급하고 있다. 자체 CDN을 운영하는 메타도 ISP와의 직접 연결을 통해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유통이라는 본연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부담해야 하는 영업비용"이라며 "중소 CP만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양면시장, 이용자 피해 전가 우려= 양면시장의 특성을 갖는 인터넷은 ISP가 지속적으로 망 투자를 하고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인터넷 생태계가 형성되는 특성을 지닌다. CP가 매출 규모나 영업이익 면에서 ISP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망 사용대가 부담을 ISP에게만 맡기면 인터넷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학교 박사는 최근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인터넷 망 사업은 구독자와 광고주 중간에서 양측에게서 이용료를 받고 판매하는 신문사와 같은 양면시장"이라며 "통신망 생태계 한 축을 담당하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면 통신망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OECD브로드밴드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광케이블 가입자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우리나라 인터넷 요금은 OECD 평균의 반값 수준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ISP가 가격인상 카드를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CP가 입법을 통해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면 망 투자와 시장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 적용 대상은 5개 대형 CP= 현재 입법 논의 중인 망 사용료 법안을 적용 받는 사업자는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에 불과하다. 법안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 트래픽 발생량의 100분의 1 이상인 일정 규모 이상 CP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입법이 이뤄지면 현재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은 구글, 넷플릭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