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구글·넷플 무임승차 방지법` 잰걸음… 美·EU 방향타 될수도
메타·네이버·카카오는 직간접 지불
관련법 7개 발의에 소송전 진행중
외국서도 '투자비용 분담' 목소리
글로벌 과제된 빅테크들의 '망 사용료'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도 세계 각국이 같은 보조를 취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빅테크 규제 강화다.
'자율규제'에 힘을 실었던 우리 정부도 최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와 구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회피 논란 탓에 규제 강화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정감사는 '플랫폼 국감'이라 불릴 정도로 IT 플랫폼의 공정성 논란과 책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망 사용료 법안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7개가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ISP(인터넷제공사업자)가 주고 받는 망 이용대가는 트래픽 폭증 때문에 급증한 투자 비용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분담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 지불 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서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 법제화나 시행령 등을 통해 글로벌 CP와의 협상 기반을 만들지 않으면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망 이용대가 분쟁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망 사용료 관련 법은 2020년부터 2년여 간 차례로 발의됐다. 이들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소수의 글로벌 CP가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데이터 트래픽 중 구글이 27.1%를 차지했다. 이어 넷플릭스 7.2%, 메타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메타, 네이버, 카카오는 직·간접적 방식으로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는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데이터 트래픽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망 이용대가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망 사용료 분쟁은 사업자간 소송전으로 번지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재정 신청을 내자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면서 2020년 4월 소송을 제기했고 패소했다. 이후 넷플릭스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고, SK브로드밴드가 반소로 맞서며 현재 소송 2라운드를 벌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법제도를 통해 글로벌 CP와 국내 ISP간 망 이용대가 분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망 사용료 관련 일부 초기 법안은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하는 내용도 담겼지만, 이후 법안들은 규제 범위를 대형 CP로 한정하고, 계약 간 자유를 존중하는 데 초점을 뒀다. 가장 최근 발의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은 정보통신망 이용 및 제공 현황에 관한 실태조사를 통해 망 사용료 추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망 이용 계약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뒀다. 글로벌 CP가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ISP와 협상력 격차를 간접적으로 해소하도록 하는 사후규제 중심의 법안이다.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면, 글로벌 CP와 ISP간 자율 협상을 통해 망 이용대가 지급과 협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CP와 글로벌 CP 간의 역차별 해소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는 재원 확보 시 통신망 구축에 사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도 글로벌 CP의 망 투자 비용 분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정부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이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 입법 움직임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 판결은 국제 사회에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이에 오는 17일 예정된 제2차 국회 망 무임승차 방지법 공청회에서 어떤 진전이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경영학부)는 "예전에는 CP와 ISP가 보완적 관계였지만 이제는 시장 성과 결과가 역전돼 통신사의 투자와 수익이 일치하지 않는 디커플링이 심화했고 ISP의 협상력이 글로벌 CP에 비해 낮아진 상황"이라며 "망 사용료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자 간 갈등이 격화돼 네트워크 투자가 지체되고 품질 저하로 인해 결국 소비자 이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 단추는 사업자들이 망 이용대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라며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기보다는 사업자들에 협상력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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