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원 축구협회 의무위원장 "관절과 척추 건강에도 역시 근육이 최고입니다"

박효순 기자 2022. 11.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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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분위기 휩쓸려 무리한 축구는 금물”

■건강한 노년 위해 걷기와 헬스운동 병행 필요

■바른세상병원, 스포츠손상 전문 의료기관으로

2022년 카타르 FIFA 월드컵이 오는 20일(현지 시간) 개막한다. 선수들의 건강 상태와 컨디션은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은 협회 임원으로서 팀닥터를 관리하고, 대회 때 팀닥터 파견하며,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에게 의학적 자문 역할을 하는 자리이다. 특히 선수들에게 의학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가능하도록 분야별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구성한다. 또한 선수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분야(정형외과·재활의학과를 주축으로 내과, 감염내과, 신경외과, 스포츠영양학, 정신과, 응급의학과 등)의 전문가들을 의무위원으로 선정해 축구협회에 필요한 자문과 팀닥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서동원 축구협회 의무위원장(59, 바른세상병원 병원장)은 지난 11일 경향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공격에서는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같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있고, 수비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된 김민재, 미드필더 황인범과 백승호 등이 조화를 이룬다면 16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이 바른세상병원에 마련된 문화센터에서 축구 기념물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서 위원장에게 축구를 하면서 생기는 부상과 예방 및 대처방안, 건강한 관절·척추를 위한 조언 등을 들어봤다. 그는 2021년 2월부터 의무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현지 활동을 하게 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월드컵 시즌이 되면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덩달아 부상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부상은 평소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축구를 하러 나왔을 때 당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 운동과 충분한 스트레칭을 한 후에 축구를 즐긴다면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를 하면서 부상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고,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공만 따라가다 보면 약한 관절이 비틀리거나 하는 등의 부상이 발생하기 쉽다. 조기축구를 하는 사람들, 평소 조금씩 꾸준히 축구를 해왔던 사람들은 부상의 위험이 크지 않지만 이들도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에 무리를 하면 부상 위험성이 커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평소 축구를 하지 않던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루에 많은 양을 뛰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상을 줄이고 경기력을 높이려면 평소 웨이트 운동을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상이 발생했다면 응급처치는 어떻게 하나.

“우선 부상 부위에 대한 냉각과 고정치료가 필요하다. 전문 고정 부목이 없다면 신문이나 주변에 있는 박스 같은 것이라도 접어서 부상 부위를 붕대로 고정한 뒤 얼음을 대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서동원 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은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두 개의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축구 중 흔한 부상은.

“힘줄 파열, 아킬레스건 파열, 무릎관절이 돌아가면서 생기는 전방십자인대 파열, 근육 파열 등이 꼽힌다. 여러 가지 스포츠 손상이 생겼을 때, 가장 기본적인 응급처치 방법인 RICE(R-휴식, I-얼음찜질, C-압박, E-거상)를 기억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응급치료만 잘해도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재활치료가 취약한 거 같다.

“관절 부상을 수술한 후에 재활운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파열이나 재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수술 후에는 단계적으로 근육을 잘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 관절이 손상되면 근육이 약해지고 굳는데, 수술 후에 그 근육을 어떻게 잘 회복시키고, 어떤 근육을 회복시켜야 관절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방십자인대 부상의 경우는 허벅지 뒷근육인 햄스트링을 강화시켜야 하고, 어깨 회전근 파열 같은 경우는 등쪽의 옆구리 근육인 광배근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렇듯 근육을 잘 키우면 관절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데, 근육을 잘 키우는 것이 바로 재활이고, 부상 예방과 회복을 위해 재활 전문가들의 조언이 중요하다.”

서동원 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이 손흥민 선수의 사진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100세 건강시대를 위해 관절·척추의 중요성이 꼽힌다.

“관절과 척추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분들은 건강한 삶을 오래 이어가기 힘들다. 저와 같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사의 조언이 필요하고, 이런 건강관리의 핵심은 예방이다. 극심한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아올 때는 이미 말기 관절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10년 전 예방적 조치를 했다면 그렇게 말기 관절염으로 관절을 못쓰게 되는 고통을 겪지 않고 수술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절건강은 초기에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안 좋은 신호가 오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예방적 조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주거지나 직장 인근의 믿을만한 주치의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고, 관절질환 예방을 위한 조언과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특히 손흥민 선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손 선수는 타고난 빠른 스피드와 골감각을 가지고 있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선수를 활용하는데, 지금의 이탈리아 감독(토트넘 콘테 감독)은 빗장 수비를 원하니까 손 선수에게도 수비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계속 내려와서 수비를 하다 공격일 때는 전속력을 다해 상대 골대까지 뛰어가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크고, 지치다 보니 골을 넣기도 힘든 상황이 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만약에 벤투 감독이 손 선수에게 ‘수비에 너무 가담할 것 없이 역습해서 골을 넣으라’고 한다면, 손 선수는 찬스에서 골 넣는 능력은 세계 최고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제가 감독이라면 손 선수에게 절대 하프라인 넘어서까지 내려오지 말고 상대 최종 수비수랑 같이 붙어 다니라고 할 것이다. 그럼 오프사이드 안 걸리고 역습할 때 바로 공을 받아 성공시킬 수 있지 않을까(하하).”

―시합 전 선수들과 마주칠 기회가 있나.

“저한테는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격려 차원에서 축구협회 회장단, 전무이사 등의 임원진과 같이 코칭 스태프한테 찾아가서 격려를 할 것 같다.”

벤투 축구국가대표 감독(왼쪽)과 서동원 축구협회 의무위원장. 바른세상병원 제공

―의무위원장이 보는, 이번 카타르에서 16강 진출 전망은.

“긍정적으로 예상해 보자면 우리나라 첫 경기가 우루과이, 두 번째 경기가 가나인데, 만약 그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한다면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에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정몽규 회장님을 비롯한 협회 담당자들의 세심하고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뿐 아니라 팀닥터로 뛰는 의무위원들도 사기가 고양되어 있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축구 관련해서 특별한 계획과 비전이 있다면.

“축구는 부상 당하기 쉬운 스포츠이기 때문에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재활운동 같은 것들이 잘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선수들 중에는 실제 수술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진짜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정확하게 판단해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하는 그런 의료기관이 되고 싶다. 축구 선수들에게 가장 큰 수술은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인한 재건술이다. 제대로 된 치료를 통해 선수 복귀도 가능하고 추후 관절염도 예방할 수 있도록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 치료를 하고 싶다. 현재도 바른세상병원에 운동선수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스포츠 손상을 예방하고 재활치료를 하고, 또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정확한 진단 하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는 스포츠손상 전문 의료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축구대회 후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제가 KAFA(고대교우 축구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지금까지 치러진 모든 경기를 다 후원하고 있다. 또 고려대 축구선수들과 성남시에서 진행하는 대회가 있으면 꼭 후원을 한다. 유소년 경기 주최 및 후원도 한다. 축구가 저와 바른세상병원을 발전시킨 하나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에 축구인들을 위해서도 적극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서동원 병원장의 관절경 수술 장면. 그는 개업의로는 처음으로 축구협회 의무위원장에 임명됐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국민 건강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고령사회에서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이다. 노인이 젊은이보다 약한 것은 근육뿐이라고 할 정도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노년이 되어서도 근육이 많다면 젊은이 못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근육이 많은 사람은 당뇨, 고혈압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 별로 없다.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은 운동하는 만큼 커지기 때문에 노년기 건강은 근육 운동이 필수이다. 등이 굽는 것도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척추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관절척추 건강뿐 아니라 활기찬 노년기를 위해서는 꾸준히 근육을 유지해야 한다. 또 하나는 걷기이다. 가슴을 펴고 걷는 것은 허리나 목에도 좋고, 체중을 이동시키는 운동이니까 뼈에도 좋다. 따라서 걷기와 헬스운동을 병행한다면 관절건강에도 좋고,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축구협회 역대 의무위원장 중 개업의는 서동원 병원장이 처음이다. 2002년부터 의무위원회가 생겼고,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의무위원장이 서 위원장을 포함해서 3명 밖에 없다. 한 사람이 계속 연임하거나 기존에 했던 사람이 다시 하는 등 번갈아 가면서 맡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최초로 팀닥터가 2명이다. 한 사람은 무릎으로 유명한 왕준호 교수(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이고, 다른 한 사람은 2008년부터 FC서울에서 14년째 팀닥터를 하고 있는 조윤상 원장(강서바른세상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이다.

서 위원장은 성남시의사회 축구팀 대표로 오래 뛰었고, KAFA 회장을 맡아 지금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아마추어(동호인) 축구선수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와 재활의학과 전문의, 2개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다. 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 청소년월드컵 국가대표 주치의, 대한체육회 의무위원, 2012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주치의 등을 역임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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