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한겨레 2022. 11. 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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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러, 우크라 침공]

한 우크라이나 시민이 12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자국 군인을 껴안아 주며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블라디미르 푸틴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러시아 지도자는 자신이 모든 적들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 20년 이상 러시아를 통치한 만큼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갖고 있으며 무자비하다는 평판에 걸맞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가 우크라이나, 유럽, 미국이 결국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확보한 영토를 계속 통제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충분하다.

반면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미국과 유럽 군사 장비를 지원받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빼앗긴 영토뿐 아니라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에서도 러시아군을 내쫓을 수 있다고 믿는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이 목표들은 긴 교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분쟁은 첫해엔 전장에서 극적인 반전을 보이다 2년 동안 교착상태를 거친 뒤 당사자들이 지쳐 결국 휴전협상에 나섰던 한국전쟁과 비슷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푸틴의 계산이 틀렸다고 볼 근거도 충분하다.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그는 중국의 지원을 확신했다. 한국전쟁 때 북한은 중국군의 개입으로 구제됐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은 러시아를 돕기 위한 군대도, 군 장비도 보내지 않고 있다.

적들의 약점에 대한 푸틴의 가정도 틀렸을 수 있다. 러시아의 전략은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을 폭격하면서 북쪽 하르키우와 남쪽의 헤르손 쪽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대대적인 폭격은 이미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의 40%에 손실을 입혔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 결의만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말 여론조사를 보면, 우크라이나 응답자의 86%는 계속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상에서는 최근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수했다. 침략군이 유일하게 장악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다. 푸틴의 고문이었던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헤르손 항복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최대의 지정학적 패배”라고 규정했다.

푸틴은 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의 정치적 단결이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에 직면해 결국 분열될 것으로 예상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수 공화당 의원들만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반대한다. 게다가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지도 못했다. 공화당이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을 바꾸려 해도 바꾸지 못한다. 미국인 4명 중 3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및 군사 지원을 지지한다.

푸틴은 또 겨울철 에너지비용 상승에 직면한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가 무너지리라 예상했다. 그리스인과 이탈리아인 다수가 대러시아 제재 해제에 찬성한다. 헝가리인들도 대러 강경 대응에 회의적이다. 푸틴이 그리스·이탈리아·헝가리와 다른 유럽 국가들 사이 간극이 커지는 것에 기뻐할 수는 있지만, 그는 극우정당들 사이에서 러시아 지지가 급락하는 점을 걱정해야 한다. 푸틴은 한때 이탈리아 극우에 상당한 영향력을 누렸지만, 이탈리아의 극우 집권당 ‘이탈리아 형제들’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레가) 지지층의 62%가 한때 푸틴을 높게 평가했으나 오늘날 그 수치는 10%로 떨어졌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도 별로 없고, 우크라이나 최전방에 투입할 경험 있는 군인들을 소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제재는 군 장비 공급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교착상태가 이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는 타협에 관심이 없는 크렘린과 협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앞으로 몇달 안에 군사적 수단으로 점령된 영토를 되찾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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