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의 청개구리] 일회용품 종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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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일상적인 풍경 하나를 묘사해보자.
카페에서 받는 일회용 테이크아웃컵이 벤치 위에 놓여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회용품 규제 확대다.
카페 안 일회용컵 금지는 2018년에 시작됐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됐을 뿐이고, 종이컵, 비닐봉지, 빨대 등 사용 때 과태료 부과는 1년씩이나 계도기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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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하의 청개구리]
김산하 |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아주 일상적인 풍경 하나를 묘사해보자. 카페에서 받는 일회용 테이크아웃컵이 벤치 위에 놓여있다. 안에는 다 마시지 않은 음료 일부와 그 위에 진한 휘핑크림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뚜껑, 빨대, 슬리브 모두 물론 다 갖춰진 모습이다. 멀지 않은 곳에 쓰레기통이 있지만 누군가 그냥 이곳에 떡하니 두기로 결정한 이 상태. 너무나 흔한 광경이다.
흔하다 보니 우리는 이를 보고도 별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찬찬히 뜯어보자.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았고, 음료도 남겨 지저분한 쓰레기를 다량으로 발생시켰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휘핑크림은 굳이 받아놓고서 먹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 쓰레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치우라고 뻔뻔하게 요구하고 있다.
몰상식하게 버린 컵 하나에 이토록 많은 잘못이 겹겹이 담겨있다. 애나 어른이나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쓰레기는 매일 똑같이 우리의 길거리를 수놓고 있다. 왜일까? 세상 수많은 문제 중 유독 쓰레기에 대해서만큼은 이기적이고 자기 편한 대로 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이슈는 아니지 않냐’는 태도다.
현대인의 거의 모든 행위가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내가 쓰레기까지 신경 써야 돼?’라는 태도가 여전히 압도하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중요한 의제를 다룬 회의장, 긴한 얘기가 오간 카페나 식당에서 관찰해보면 대화에 몰입한 사람들의 손에 여지없이 쥐어진 일회용 물건들이 눈에 띈다. 그 바디 랭귀지의 메시지는 확연하다. “내가 말하고 있는 바에 비하면 내가 발생시킨 이 쓰레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는 중요하다. 너무나 중요하다. 그래서 드디어, 정말 드디어 미루고 미뤄뒀던 정책들이 하나둘씩 실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회용품 규제 확대다. 오는 11월24일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등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또한 편의점과 제과점에서는 비닐 등을 소재로 한 일회용 봉투와 가방을 더는 판매할 수 없다.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한 뒤 쏟아질 사회의 반응은 안봐도 뻔하다. “취지는 알겠지만 너무 불편하다”든가 “갑작스러운 시행보다는 단계적으로 밟아야 하지 않나”라든가. 쓰레기가 넘쳐나는 현시점에서 불편 운운한다면 그것은 정책의 취지를 모르거나 무시하겠다는 얘기일 뿐이다. 그 취지를 안다면 지금 시행하는 것도 너무나 늦었다는 사실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되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주장은 사회 어떤 분야에서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문제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아무리 여러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정책이 시행돼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회용품 쓰레기 규제는 이미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중이다. 카페 안 일회용컵 금지는 2018년에 시작됐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됐을 뿐이고, 종이컵, 비닐봉지, 빨대 등 사용 때 과태료 부과는 1년씩이나 계도기간을 뒀다. 단계적이어도 너무 단계적이다.
이미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상황인데, 일회용품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을 1년이나 둔다는 것은 일반인들로 하여금 “아 완충기간을 그렇게 오래 두는 걸 보니 그렇게 급한 문제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쓰레기를 대하는 너무나 일관된, 이기적이고 자기 편한 대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오래된 태도의 반복이다. 이번 정책을 실시해도 매일 쏟아질 일회용품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렇기에 규제는 힘차고 당당하게, 자신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유턴이나 물러섬 없이, 일회용품을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 일회용품, 그 종말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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