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센트] 세월호 유가족 81% "8년 지나도 트라우마 고통"
이 비극적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해나갈 것인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죠. 저희가 8년 전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70여 명에게 물어보니, 80% 넘게 여전히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힘든 이유는 뭔지, 극복하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에서 살펴봤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트라우마 관련해 저희가 주목한 퍼센트는 81%입니다.
저희 JTBC가 8년 전 참사를 겪은 세월호 유가족 73명에게 설문조사 방식으로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81%는 아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8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유가족 응답자는 18%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참사 후 원래 직장으로 돌아갔다고 답한 응답은 8%뿐.
80% 넘는 응답자분들이 복귀하지 않거나, 복귀 후 사직했다고 했습니다.
[강지은/고 지상준 군 어머니 : 아이들 수습하는 게 일단 좀 장기간 걸렸어요. 휴직했다 다시 나왔다가 다시 휴직하는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니깐 동일 직장으로는 거의 다시 들어가시지 못했죠. (지금은) 일용직으로 가거나, 비정규적인 일들을 하시게 되는 거죠.]
이같은 현실 속에서 전문가에게 심리 상담을 받은 세월호 유가족 비율은 21%밖에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내 자신까지 돌볼 시간이 없어서" "먼저 떠나간 자식에게 미안해서"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특히 형제나 자매를 잃은 어린 유가족들은 병력이 남는다는 주위 우려 때문에 상담 없이 혼자 이겨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말한 지난 8년간 가장 큰 어려움은 다름 아닌 유가족을 향한 비난, 2차 가해였습니다.
[강지은/고 지상준 군 어머니 : 놀러 가다 다치면 아무 제기를 못 하나요. 나는 내 자식을 잃었을 뿐인데 왜 내가 욕을 먹고 공격을 받아야 하고, 어디 길도 마음대로 걷지도 못하고 노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어디를 가지를 못해요.]
유족을 향한 비난은 이태원 참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 위로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 이런 것까지는 아닌데 비난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조롱이나 이런 건 안 해주셨으면…]
전문가들은, 이같은 공격이 현재는 물론 과거에 참사를 겪었던 사람들, 그리고 한 사회가 함께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힘들게 한다고 말합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실제 트라우마와 재난의 피해는 이런(2차 가해) 것들로 인해서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오래 공들여온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과정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9.11 참사를 겪은 미국이, 유족의 트라우마 치료 등 지원 기한을 2090년으로 정해 사실상 평생 지원하는 이윱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경우, 2년 뒤인 2024년이면 트라우마를 포함한 의료 지원이 끝이 납니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유족들은 이태원 유족들을 향해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이 '단원고'라는 물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모이며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누가 유족인지 알기 힘든 상황에서 서로 기댈 수 있는 존재를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의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상담을 받은 유족은 아직 300여 명뿐.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멈추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
(취재지원 : 김연지·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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