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이영 중기부 장관 "납품대금연동제, 소액계약·소기업 등 예외 둬 연내 법제화"

이현호 기자 2022. 11. 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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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담=홍병문 성장기업부장
원료값 뛸때 위기 반복돼 제도 시급···예외조항 만들어 규제 최소화
중기 경영난 심화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연장 위해 적극 나설 것
내달 중기부 조직 개편···내년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해 수출 지원도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서울경제]

“지금 납품대금연동제가 법제화되지 않는다면 원재료 가격이 정상화되는 시기에는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다음 번 원재료 상승 시에 똑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염원하는 납품대금연동제가 연내 입법화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액 계약과 단기 계약, 위탁 기업이 소기업이거나 쌍방이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사유로 규정할 계획입니다.”

이영(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3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를 준비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들은 법제화의 시기와 연동제의 적용 범위, 자율과 의무의 균형성 크게 세 가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 중순이면 취임 6개월이 되는 이 장관은 정책 현장을 방문하고 기업인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여전히 최우선 업무다. 그는 "20여년 벤처기업가로서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산업 현장의 많은 고민과 눈물을 기억하고 있기에 중기부 직원 모두와 합심해 반드시 변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할 만큼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특히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가 올해 안에 실현돼야 하는 필요성을 분명히 밝혔다. 이 장관은 “60년 중소기업 역사에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꼽는다면 납품대금연동제 도입”이라며 “정부의 직접 개입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시장 논리와 충돌을 피해 대·중소기업 간 납품 단가와 기술 탈취 등 고질적인 문제를 바로잡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10월에 시작한 연동제 시범 운영을 통해 최근까지 위탁 기업 44개사, 수탁 기업 317개사와 334건의 연동 약정을 체결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이 침체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살리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12월 초에 중기부 조직 개편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개편되는 중기부는 유사 중복 또는 비효율적 기능을 통폐합하고 비대 조직 분리 등을 통해 조직 효율성과 활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장관의 지시에 따라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귀담아 듣고 정책 반영과 지원에 중기부의 모든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간 창구가 되는 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힘을 실어주는 데 방점을 뒀다는 후문이다.

이 장관은 올해 말 일몰되는 30인 미만 기업에 대한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에 대해 유효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중기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 장관은 “고용노동부에서 일몰 연장을 제안했지만 중기부도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도의 연장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도 어려운 중소기업 상황과 일몰 연장의 필요성 등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8시간 추가 근로제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시행 3년여간 3000여 개의 일자리 창출과 3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 받는 규제자유특구 정책과 관련해서는 내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역 경제 활성화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정책”이라며 "내년부터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높은 규제자유특구와 대학 등 인근 혁신거점을 연계하는 ‘글로벌 혁신특구’를 지정해 지역의 글로벌 진출 전진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이 장관은 또 “향후 실증사업을 통한 신기술 시장 선점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고도화는 동시에 안전성이 입증된 실증 제품·서비스의 원활한 시장 진출을 위해 소관 부처와 협력해 규제 법령 정비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중기부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꼽고 이를 국정과제로 정해 중점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역량 수준을 강화하고 분쟁 시 비용 부담 완화 등의 기술 침해 사전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관련 법률 개선을 통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할 생각이다. 그는 “기술 탈취 피해의 확산 방지를 위해 기술 유용 행위의 금지 청구권 도입과 함께 입증 지원을 강화하고 피해 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원의 자료 송부 요구권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부가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 대전환을 촉진하는 데 앞장 서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세계 최고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축하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선도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 현 정부의 목표”라며 “중소·벤처기업이 혁신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도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규제를 혁파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같은 기반이 뒤따라야 국경 없는 디지털 자산 경제에서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이 장관의 생각이다.

논란이 여전한 코로나19 피해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원활한 손실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요구가 높은 소급 보상 집행은 적지 않은 행정적·재정적 어려움이 있고 무엇보다 법 개정이 필요한 국회 결정 사항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도 코로나 기간 중에 폐업한 소상공인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정책 지원에 나서도록 지시했다며 “현재 운영 중인 희망리턴패키지 사업 등을 통해 원활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중기부의 지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줄어든 모태펀드의 예산 확대와 투자 확대 방안으로는 민간 자본 유입 확대를 통해 민간 주도 벤처 모펀드 시장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 같은 민간 주도 벤처펀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세제 지원을 꼽으며 벤처기업가 출신다운 면모를 보였다.

중기부가 최근 발표한 역동적 벤처 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도 이 장관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 지원 제공과 신속한 투자를 집행한 벤처펀드 운용사는 인센티브를 받는 게 주요 골자다. 그는 “벤처 투자 시장의 활력은 우리 경제의 미래인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으로 직결된다”며 “민간 자본이 자생적으로 유입되고 글로벌 자본이 우리 벤처·스타트업을 주목해 적극 투자하는 역동적 벤처 투자 생태계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제2의 여성 유니콘 기업의 주인공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여성 벤처인 육성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내년도 모태펀드의 여성 기업 출자를 130억 원으로 확대하고 기술보증기금의 전용 특별보증제도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여성 벤처펀드는 여성이 최대주주 혹은 최고경영자(CEO)이거나 여성 임원이 40% 이상인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는 “국내 최초로 여성이 창업해 유니콘 기업이 된 ‘컬리’처럼 제2의 여성 유니콘 기업의 주인공이 하루빨리 나올 수 있도록 미래 산업 분야에서 여성 인재들이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여성 CEO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진행 중이다.

이 장관은 특히 3고 복합 위기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지금이 수출 중소기업의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수출 부담 완화 및 애로 해소 등을 담은 종합 대책을 12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기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대내외 경기 변수에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 높은 수출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수출 유망·특화 분야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리=이현호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She is···

△1969년 서울 △서울 서문여고 △광운대 수학과 △KAIST 대학원 수학과 석사, 수리과학과 박사 △2010년 테르텐 대표이사 △2015년 여성벤처협회장 △2015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16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2017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2022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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