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공매도 사안마다 충돌… 금융 수장 金·李의 `불안한 동거`
상급자 김 위원장 입장까지 대변
금융권 CEO 간담회 소집도 뒷말
시장혼란에… "대통령실 나서야"
금융당국 두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기에 비견되는 상황에서 손발을 맞춰도 부족할 판인데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엇박자 행보가 금융시장을 더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대통령실이 나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원장은 금융권의 실세라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중징계와 관련해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금융사의 자율성을 저해할 움직임이 있다면 무조건 막을 것이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같은 뜻"이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원장이 상급기관의 수장인 김 위원장의 입장까지 대변한 셈이다.
흥국생명 사태에서 두 사람의 불협화음이 드러났다. 흥국생명이 이달 초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자 금융위원회는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 원장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흥국생명은 물론 대주주인 태광그룹까지 압박해 사태 해결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흥국생명이 일주일여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갈린 판단은 금융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흥국생명 사태로 이 원장이 금융당국의 실세라는 사실만 증명됐다는 평가다.
지난 1일 이 원장이 갑작스럽게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뒷말이 나온다. 같은 날 김 위원장도 5대 금융그룹 회장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탓이다. 김 위원장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던 것과 달리 이 원장은 당초 예정돼있던 다른 행사를 취소하고 긴급하게 은행장 간담회를 추진했다. 굳이 같은 날 행사를 마련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또다시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가지면서 뒷북행사가 되고 말았다.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사람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회계감리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 행위를 했다는 게 금융위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는데, 이 원장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반박 입장을 내놨다.
공매도 금지 필요성에 대해서도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시장 조치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시장 상황을 보며 전문가와 협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반면 이 원장은 "심리적 불안으로 금융시장의 쏠림이 심할 경우 공매도 금지 등 예외를 두지 않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법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 원장은 금융당국이 규제 마련과 투자자 보호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는 금감원의 업무·운영·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위기관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의 행보를 보면 누가 상급 기관장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감독기구인 금감원이 금융위의 역할인 정책 분야까지 간섭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과 함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대출 금리 인상 억제를 들고 나온 사람도 이 금감원장이다.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업계 간담회를 명분으로 금융사 거의 전 대표들을 모아 '금융감독'에 관한 얘기를 나눈 게 아니라 '금융정책'을 설명하고 지시한 셈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이 원장의 지나친 자신감이 이 같은 결과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금융사들의 혼란을 부르면서 금융 시장 불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나서서 두 사람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흥국생명 사태에서 드러난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는 결국 관치금융으로 비춰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레고랜드 사태에서 배운 것이 있어야 하는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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