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말뿐···늘린 예산 74%, 신규 공급망과 무관

세종=박효정 기자 2022. 11. 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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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자원 예산안 분석
희소광물 비축 등엔 찔끔 투입
자원 공급망 다변화 시급한데
기존 투자 손실보전에 '급급'
"시급하지 않은 자원관리비 최소화
신규자원 확보 예산 비중 늘려야"
[서울경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비해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지만 내년도 늘어난 예산의 74%는 신규 자원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안정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해외 자원 확보와 희소 광물 비축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3년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자원 공급망 분야에서 증액 규모가 큰 5개 사업의 예산 4193억 6000만 원 중 신규 자원 확보 관련 예산은 1102억 3400만 원으로 26.3%에 불과했다. 그 외인 73.7%는 기존 투자 보전, 폐광·감산 탄광에 대한 지원금 등 신규 자원 확보와 무관했다.

특히 주요 증액 사업 중 최대 규모인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사업 예산에서 신규 자원 확보에 해당하는 ‘국내외 유전 및 광물자원 탐사 융자’ 비중은 20.7%에 그쳤다. 전체 사업 예산 1754억 800만 원 중 79.3%인 1391억 원은 2015년 이전에 투자된 해외자원펀드 손실을 보전하는 데 쓰인다.

석유 비축 사업 출자 예산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및 석유제품 구입비가 증가하면서 크게 늘었다. 신규 자원 확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석유 비축 기지 유지 보수 비중도 39.5%에 달한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출자 예산의 24.1%는 조달청이 보유한 희소금속을 이관하기 위한 비용이다. 1225억 원에 달하는 폐광 대책비 예산은 신규 자원 확보와 관련이 없다.

예정처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자원 공급망 분야의 2023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나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한 실질적인 자원 확보 예산은 부족하다”며 “예산 증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급하지 않은 자원 관리 비용, 집행 가능성이 낮은 예산 등을 최소화하고 신규 자원 확보 예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자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을 비롯한 공급망 안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어 지난해 ‘요소수 사태’ 등을 계기로 자원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이 됐다. 특히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는 절대적이어서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 등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등 희소하면서도 신산업에 필수재로 꼽히는 원자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산 리튬 수입 비중은 64%에 달했다. 또 다른 배터리 원자재인 망간(99%)과 흑연(87.7%)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도 높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은 한국 배터리 생태계의 위협 요인”이라며 “리튬을 직접 채굴·제련하거나 공급선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대중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가 원자재법(RMA)을 도입해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역내 생산을 강화하려는 것은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종속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EU는 지난해부터 자체 희토류 광산을 확보하고자 ‘우선 자원 개발 프로젝트(Priority Mining Project)’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자원 확보 관련 예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산업부의 입장이다. 내년에 해외자원개발 예산을 투입한다고 당장 필요한 자원을 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 융자 사업의 성과는 빨라도 10년, 늦으면 20년 뒤에야 판단할 수 있다”며 “2015년 이전에 투자한 펀드의 손실을 보전하는 예산도 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보험금 개념이라 신규 자원 확보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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