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과 대통령은?” 꼬리 때린 수사에 격앙…‘국조’ 탄력 받나

이혜영 기자 2022. 11. 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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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서울시 등 현장 공무원 분노 커져
민주당, 국조 압박 수위 높이며 여론전 ‘총공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11월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가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사 발생 2주째로 접어들었지만, 강제수사가 여전히 현장과 실무진에 머물러 있어서다. 정부 대응과 수사를 두고 일선 반발이 점차 확산하면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외 여론전을 펼치며 총공세에 나섰다. 

13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정아무개(55) 경감을 추모하는 게시물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동료를 잃은 침통함과 동시에 현장을 조준한 수사에 분노를 드러냈다. 

한 경찰관은 "경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경찰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 왜 책임을 경찰관에게만 묻고 정부에는 물어서는 안 되는지 답을 들어야 한다"며 이상민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과 대응을 요구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특수본 해체를 주장하면서 "권한만 누리고 책임지지 않는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전혀 하지 않고 정권 눈치만 보고 현장 경찰만 윽박지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집회·시위 관리 업무가 폭증한 용산서의 종합적 사정은 외면한 채 일선의 과실 여부만 추궁한다는 불만도 크다.

한 경찰관은 "현장에선 대통령 경호경비가 우선순위라서 경찰력을 대통령 경호와 집회·시위에 더 많이 집중했다"며 "경찰의 책임도 있지만 이태원 지역축제 안전사고의 1차 책임은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고 이번 참사의 원인은 선제적 예방조치를 못한 국가와 정부의 잘못"이라며 수뇌부를 질타했다.

정 경감의 한 동료는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집에도 못 가고 매주 주말 집회현장 아스팔트 위에서 무전기 들고 뛰어다니고"라며 생전 정 경감과 용산서 전체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왔다고 지적했다. 

11월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경찰은 11월11일 사고 현장 통제선을 제거했다. ⓒ 연합뉴스

참사 후 뒤따른 죽음에…경찰·소방·서울시 현장 공무원 반발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동시에 현장을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특수본 수사도 동일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일선 경찰의 격앙된 반응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정 경감 사망을 기점으로 반발과 동요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특수본은 핼러윈 안전 관련 정보보고서 삭제 정황을 발견한 후 용산서 정보과장 및 계장에게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고 입건했다. 최근 특수본은 정보과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고, 사망한 정 경감도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용산서 정보과에 대한 수사는 참사 발생 이후 보고서 처리에 대한 것이어서 사고 원인이나 책임 규명과는 다소 동떨어진 사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시급성을 따졌을 때도 재난안전 관리를 최종 관할하고 책임지는 행안부나 서울시에 대한 강제수사는 건너뛴 채 보고서 삭제 의혹을 먼저 들여다 보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 내부도 동요하고 있다. 정 경감이 사망한 날 서울시 안전총괄실 안전지원과장 A씨도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월19일부터 안전지원과장으로 일해온 A씨는 11일 오후 4시25분께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지원과는 자연재해와 관련된 종합대책을 세우고 축제 안전관리계획 기획·심의를 맡는다. 다만, A씨는 참사 당일 재난상황실에 근무하지 않았고 특수본 수사 선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얼마나 쪼고 책임 묻고 겁주고 괴롭혔으면 수사대상도 아닌데 고인이 되셨겠나", "서울시 직원은 정신적 압사를 당한 것"이라는 게시물과 댓글을 올렸다.

소방관들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이 입건되고 책임론이 쏠리자 '이건 아니다'는 반응 속 이 장관에 대한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11월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野 "국민의힘, 민의 외면하고 尹 오더만 따라"

민주당은 국민 여론과 경찰·소방 일선 반발을 예의주시하며 여당에 이태원 참사 국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을 향해 "민의를 외면하고 대통령의 오더만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민 대다수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참사에 책임이 큰 데도 '장관 하나 못 지키느냐'는 대통령 역정에 국민의힘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심을 따르려는 여당 내 움직임조차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윤핵관 호소인의 공개 저격으로 사그라들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 3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조 범국민 서명운동으로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명에 참여한 인원이 23만686명(온라인 기준)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프라인을 포함해 오는 16일까지 참여인원 100만 명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대여 설득과 압박을 동시에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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