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등록금 대비 학생 교육비 2배···서울 주요대마저 '적자 늪'

성행경 기자 2022. 11.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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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혁신 지금이 골든타임]
< 상 > 복합위기 직면한 대학 -심화하는 재정난
평균등록금 10년 전보다 줄었는데
연구비 등 1인당 교육비는 38%↑
경쟁력 위해 투자 포기도 어려워
'교육특별회계 지원' 단비 되겠지만
부실·한계대학 퇴출 등 옥석 가려야
[서울경제]

대학들이 재정난을 호소하며 지원을 호소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3%에 불과한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높이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과 고등교육세 신설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였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지만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부실·한계 대학에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에 앞서 심화하는 대학 재정난에 관한 객관적인 분석과 진단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사립대 학생 1인당 연 평균 교육비 10년간 38% 늘어···투자 여력은 고갈=13일 서울경제가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4년제 사립대의 재정 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2011년 150개 대학의 교비회계 운영수지는 864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157개교 운영수지는 1529억 원 적자였다. 10년 새 손실액이 1조 원 넘게 발생한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등록금 동결에 따른 수입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다. 2011년 10조 9528억 원이던 등록금·수강료 수입은 지난해 9조 8469억 원으로 1조 1059억 원(10.1%)이 줄었다. 사립대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이 2011년 768만 6000원에서 올해 752만 4000원으로 감소한 탓이다. 전입금·기부금 수입과 산학협력단·학교기업 전입금은 비슷했다. 국고보조금은 같은 기간 6361억 원에서 3조 1848억 원으로 급증했으나 대부분 등록금 동결과 연동된 국가장학금이어서 대학 운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출은 인건비 상승 여파로 크게 늘었다. 인건비(보수)는 2011년 6조 6033억 원에서 지난해 7조 7923억 원으로 18.0% 급증했다. 관리·운영비는 같은 기간 3조 281억 원에서 3조 2412억 원으로 7.0% 늘었다.

주목할 점은 연구 학생 경비가 같은 기간 3조 8319억 원에서 5조 5502억 원으로 무려 44.8% 늘었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어려운 재정 상황에도 연구비를 늘리고 교육 여건 개선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사립대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교육비는 2011년 1106만 6000원에서 지난해 1528만 6000원으로 38.1%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교육비 환원율이 330%인 연세대의 경우 3500만 원, 성균관대 2840만 원(270%), 고려대 2753만 원(290%), 한양대 2282만 원(230%) 등이다.

문제는 대학들의 추가 투자 여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 전입금과 기부금 수입이 정체된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하향 기조를 보이던 등록금 의존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011년 63.2%였던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2020년 53.7%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54.9%로 상승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평가를 잘받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국내외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늘렸지만 한계 상황에 온 것 같다”면서 “적립금을 활용해 투자 수익을 내는 등 자구 노력도 기울이겠지만 정부가 재정 지원을 늘린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고등교육특별회계 신설 가뭄의 단비···한계 대학 퇴출 등 옥석 가려야=정부는 유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 간 재정 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고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에 연동돼 급증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재원의 일부인 교육세를 고등·평생교육에 지원하는 방향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3조 6000억 원 규모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에 충분치는 않아도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지만 초중등 교육계와 시도교육감들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통과할지가 불투명하다. ‘동생 것을 빼앗아 형님에게 주는 격’이라거나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대학 경쟁력 강화가 머지않아 대학생이 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은 만큼 사회적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OECD 평균 대비 부족한 고등교육 투자를 늘려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 재정 지원 확대나 등록금 인상 등 재원 마련 방안이 필수인데 반발도 만만치 않은 만큼 국민 동의를 얻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 재정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부실·한계 대학을 정리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향후 20년 내 대학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계 대학은 설립자의 재산권 인정 등을 통해 퇴로를 열어주고 정원을 선제적으로 감축하는 등 구조 개혁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대학 지원 확대를 위한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대학들이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도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춰 대학 규모를 줄여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성행경 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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