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또 중국 압박 …"남중국해 긴장고조 행위 자제해야"
인도태평양 전략 재천명하며
"북한 핵도발땐 단호히 대응"
한반도 비핵화 中역할 촉구
한중정상회담 성사여부 주목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중국을 압박했다. 이 같은 압박이 한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다. 중국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는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돼야 한다"면서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는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지역 구현을 위해 건설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가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분명하게 각인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 비핵화에 대해 EAS 참석국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프놈펜에 도착한 첫날부터 중국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해왔다. 도착 첫날인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 강화'를 천명했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윤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에 대해 설명하며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 역시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전략 경쟁에서 일종의 배틀그라운드, 즉 전쟁터가 돼 있다"면서 "한국이 아세안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세안을 아주 순수한 경제적 파트너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정치, 외교, 개발 협력, 경제, 이런 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중국은 불편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동아시아가 아닌 '인도·태평양'으로 지역을 나눈 것 자체가 미국적 개념인 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아세안을 포섭하려는 미국에 우리나라가 발맞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다기보다는 일반론적인 발언"이라며 "미국이 됐든, 일본이 됐든, 중국이 됐든 간에 영어로 '헤징(hedging)'이라고 하는 위험 회피를 위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노력이 우리나라에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일반론적 얘기"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자극이 한중 정상회담 성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12일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혀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 역시 북한의 최근 잇단 무력 도발에 경계심을 갖고 있고, 해결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한편 EAS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미얀마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다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한 아세안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미얀마 국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프놈펜/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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