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해양금융부터 연내 부산으로 옮긴다
산은법개정안 지지부진하자
해양업무부터 이전 본격화
해운사 본사들 서울에 있지만
부산 해운영업 강화 내세워
금융업계 "경제위기 우려큰데
정치적 논란에 힘낭비 부적절"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이르면 올해 말에 선박금융, 해운 부문을 비롯한 일부 부서부터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아 정책금융 역할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급성이 떨어지는 부산 이전을 서두르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져 윤석열 대통령 공약과 120대 국정과제라는 명분 때문에 정부와 산업은행이 "무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3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은 선박금융, 벤처, 지역 개발 관련 부서를 부산으로 보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해당 부서들을 상대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편안에는 해양산업금융 부서 신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 지점에서 관리 중인 해운사 대상 기업금융 자산을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측은 부산에서 해양 부문의 영업 조직력 강화를 주요 이전 근거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도 지난 11일 '산업은행 부산 이전 준비단' 소속 팀장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측이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은행 직원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부산 이전이 급한 시기도 아니고 명분도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우선 은행 직원들은 이전 준비단 측이 내세우는 '부산 영업력 강화'의 사실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대표 해운 기업인 HMM 본점은 서울 여의도에 있고, 자금 담당 부서도 같은 곳에 있다. 여러 해운 회사도 HMM과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수 직원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면 이들의 주거를 비롯해 생활 여건 등 대책이 필요한데 현재까진 공지된 게 없다. 은행에서 의뢰한 부산행 관련 외부 컨설팅 결과도 살펴봐야 한다.
산업은행 내부도 최근 시끌시끌하다. 은행 측은 일단 조직개편안은 향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사안임을 강조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은행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개편안 내용 공개를 요구하며 반대 의견을 계속 피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최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지난 10일 열린 비상경영대책회의에서 "이전 반대 논리 등 건전한 의견 표명은 수용하겠지만 악의적으로 특정인을 공격하는 글을 작성해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은행 차원에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일부 부서 부장과 팀장에게 게시글과 댓글 삭제 권한을 부여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부산행 속도전이 벌어지는 배경에 대통령실 의중이 강하게 담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대통령실과 금융위도 이전과 관련한 의견 교환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동안 연락이 몇 번 왔다"는 취지의 말까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위기가 현재보다 내년에 더 심화될 것이고 정책금융기관 역할도 더 중요해지는데 정치적 논리인 부산 이전에 힘을 낭비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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